회복 불가 ‘과일 구제역’ 과수화상병 확산 조짐
회복 불가 ‘과일 구제역’ 과수화상병 확산 조짐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05.2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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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월 고온다습 기후 집중 발병…치료법·예방법 無
국내 2015년 첫 발생 이후 매년 피해규모 확대 추세
이달 천안 배 농가 ‘확진’ 이어 충주서도 의심 접수
지난해 강원도 평창지역에서 발생했던 과수화상병 현장. (사진=강원도농업기술원)
지난해 강원도 평창지역에서 발생했던 과수화상병 현장. (사진=강원도농업기술원)

5~7월 고온다습한 날씨에 발병이 집중되는 ‘과수화상병’이 이달 중순 충청남도 천안 배 농가에서 확진 판정을 받고, 충청북도 충주의 사과농장에서도 의심신고가 접수되는 등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일 구제역’이라고 불릴 만큼 발병하면 회복이 불가능한 과수화상병은 특히 올해의 경우 지난겨울 평균기온이 전년보다 높고, 봄철기후도 고온다습한 영향으로 발병·확산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 철저한 방역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26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과수화상병은 세균에 의해 전파되는 ‘세균성 병해’의 일종이다. 사과·배와 같은 장미과 식물을 중심으로 기온이 높아지는 5~7월에 주로 발생하는데, 잎·꽃·가지 등에 불에 데인 듯 말라죽어 마치 화상을 입은 것처럼 검게 변하는 증상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다른 식물 병해와 달리 한번 발생하면 치료가 불가능하고, 전 세계적으로도 관련 치료법이나 예방법이 현재까지 없는 상황이다. 발생하면 과수원을 폐원할 수밖에 없다. 또한 발생지역 과수를 매몰하고 3년간 과수 재배를 제한하고 있다. 때문에 소·돼지 등 우제류 가축에 발생하는 ‘구제역’과 비슷하다고 해서 ‘과일 구제역’이라는 악명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5년 5월 경기도 안성에서 처음으로 과수화상병이 발생된 이후 지난해까지 충남 천안과 충북 제천·충주, 강원 원주·평창 등 6개 지역에서 발생했다.

우려되는 부분은 피해규모가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3년간 피해규모를 살펴보면 2016년 17농가·15.1헥타르(ha, 4만5700여평)에서 2017년 33농가·22.7ha(6만8700여평), 지난해 67농가·48.2ha(14만6000여평)로 지속적인 확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4년 6개월간 농가 160호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해 129ha 규모의 과수원이 폐원됐다.

또한 특이한 점은 과수화상병이 충청도와 강원 일부 지역에 집중된 반면에 상대적으로 배·사과 재배면적이 넓은 전라도와 경상북도 지역에서는 공식적으로 확진 판정 사례가 없다.

이에 대해 농진청 재해대응과 관계자는 “일단 이상기후에 따른 영향으로 확산 피해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면서도 “현재까지 발병과 전파경로에 대한 정확한 원인 파악은 되지 않고 있으며, 피해지역을 중심으로 사전방제에 나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전방제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도 충남 천안 배 농장 5곳에서 의심증상이 접수돼 채취한 시료를 유전자 정밀검사 한 결과 이달 20일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또한 23일 저녁 충북 충주의 사과 농장에서도 과수화상병 의심신고가 접수돼 현재 채취 시료를 검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확진 판정 결과는 27~28일 중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농진청과 지자체는 확진·의심 농장을 대상으로 과수지 매몰을 실시하며 방제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인근지역으로의 확산을 막기 위해 발생과원 주변의 과수원을 대상으로 예찰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과수농가는 확산 방지를 위해 점검을 철저히 하고, 반드시 농작업 도구를 소독한 뒤 사용해야 한다”며 “과수화상병 의심주를 발견했을 때에는 자체적으로 제거하지 말고 즉시 지역 농업기술센터로 신고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