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공식 추도식이 23일 오후 2시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에서 엄수됐다.
노 전 대통령의 첫 비서실장이었던 문희상 의장은 추도사에서 "'이야, 기분 좋다' 그렇게 오셨던 대통령님은 '원망마라, 운명이다' 이 말씀 남기고 떠나셨다"며 "이별은 너무도 비통했고 마음 둘 곳 없어 황망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우리는 대통령님과 이별을 겪으며 고통을 딛고 반드시 일어나겠다는 묵시적인 약속을 했는지도 모르겠다"며 "위대한 국민은 절망의 터널을 박차고 광장에 서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한반도 평화를 향해 걷고 있다"고 말했다.
또 문 의장은 "완성하지 못했던 세 가지 국정 목표.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 국민과 함께 하는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균형 발전 사회'. 이제 노무현의 그 꿈을 향해 다시 전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분명하게 기억하지 않는다면 두 번 잃는 것"이라며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이제 '새로운 노무현'을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총리는 "대통령님은 저희가 엄두 내지 못했던 목표에 도전하셨고, 저희가 겪어보지 못했던 좌절을 감당하셨다"며 "그런 도전과 성취와 고난이 저희에게 기쁨과 자랑, 회한과 아픔이 됐고. 그것이 저희를 산맥으로 만들었다"고 애도했다.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도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을 기렸다. 부시 전 대통령은 추도사를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 모든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며 "저희 사이에 의견 차이는 있었으나 그런 차이가 한미 동맹의 중요성, 공동의 가치에 우선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국의 인권에 대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전이 국경을 넘어 북에까지 전달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봉하마을에는 하루종일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추모객들은 이른 아침부터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을 떠올리며 봉하마을 곳곳을 둘러보고, 묘소에 국화꽃을 올리며 고인을 추모했다.
노란색 바람개비를 든 채 묵념을 하는 참배객들도 있었다.
생가 옆 기념품점에는 노 전 대통령 상징인 노란색 바탕에 그가 밀짚모자를 쓰고 자전거를 타는 사진이 인쇄된 티셔츠, 양산, 바람개비가 그려진 노란 손수건 등 기념품을 사려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정치권 등 각계각층에서 보낸 조화도 눈에띄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화로 추모를 대신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8대 대선 후 치러진 서거 8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생전에 노 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가수 고(故) 신해철 씨의 유족이 보낸 조화도 한켠을 차지했다.
이번 추모행사는 예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서 '새로운 노무현’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노무현의 가치와 철학을 바탕으로 사람사는 세상의 꿈을 이어가겠다는 내용이다.
고인을 기억하면서 슬프고 미안한 감정보다 용기와 확신을 가질 수 있지 않겠냐는 일종의 '탈상' 선언이나 다름 없었다.
10주기를 맞아 축제의 장이 됐다는 평이 나온다.
한편, 이날 부시 전 대통령은 추도식에 앞서 권양숙 여사를 만나 직접 그린 노 전 대통령 초상화를 선물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부시 전 대통령을 접견하며 "부시 대통령께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 10주기 추모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방문해주신 것을 감사드린다"면서 "대통령께서 손수 그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유족에게 전달하실 계획이라고 하니 아마 유족에게는 그보다 더 따뜻한 위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