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10주기 추도식이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렸다. 이날 추도식에는 노 대통령 임기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정치인과 세월호 유족 등 일반 시민도 수 천 명 참석했다. 추도식 전날과 당일엔 교통이 막힐 정도로 참배객이 이어졌고 이번 주말에도 봉하마을을 찾는 발길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봉하마을 방문객 수는 매년 60만~70만명 선으로 알려졌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통계에 따르면 방문객 집계를 처음 시작한 2008년엔 84만9148명이 다녀갔고,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2009년엔 방문객이 126만8694명을 기록했다.
노 대통령이 세상을 등진 지 10년이 지났지만 봉하마을을 찾는 발걸음이 계속 이어지는 것은 ‘노무현 정신’에 대한 기억과 희망 때문일 것이다. ‘정치인 노무현’에 대한 평가는 각자 다를 수 있지만 한국 현대사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방문객 수만 놓고 보더라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노무현의 정치적 신념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그가 생전에 주창했던 단어들에서 뽑아보자면 ‘원칙과 통합’이라 할 수 있다. ‘반칙과 특혜가 없는 세상’,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꿈꿨던 그의 열망이 매년 7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봉하마을을 찾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 서거 10년이 지난 오늘, 그를 찾아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무겁게 보인다. 아직 노무현정신이 실현되지 못 한 채 ‘미완의 가치’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그 정신이 퇴행한 것은 아닌지 뒤돌아 봐야 할 시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의 정치적 계승자로 봐도 무방하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노 대통령 취임사와 똑같이 ‘특혜와 반칙이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문 정부의 핵심 정책들도 참여정부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보수정권 9년의 시간 동안 변화된 상황에 따른 수정정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와 닮은 듯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체적인 틀에서 보면 권력기관 개혁이나 지역주의 해소 같은 정책은 계승 발전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정작 ‘원칙과 통합’의 정책은 서로 다른 것이 많아 보인다. 특히 노무현 정신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통합의 리더십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비판은 문재인 정부가 뼈아프게 새겨야 할 대목이다.
노무현재단에 따르면 올해 10주기 추도식은 ‘탈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새로운 노무현’이란 단어가 나온 이유다.
그동안 ‘노무현’이란 큰 나무에 기대었던 정치인들은 새롭게 변신해야 한다. 그저 말로만 ‘노무현의 정치적 동지’ 운운할 게 아니라 그의 실용의 정신, 통합의 정신을 배우고 발휘해야 한다. 야당과의 지엽적인 논쟁을 뒤로하고 미래를 위한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 정치적 대의와 국민실익의 실용정치를 풀어내야 한다. 이런 것들이 ‘노무현’이 남긴 정치적 숙제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