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타 균주 정보 공개 두고 대웅-메디톡스 ‘온도차’
나보타 균주 정보 공개 두고 대웅-메디톡스 ‘온도차’
  • 동지훈 기자
  • 승인 2019.05.2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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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했으니 공개해야” VS “협의 단계…확답 주지 않았다”

대웅제약이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의 균주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행정법원의 명령이 나온 지 2주가량 지난 가운데, 메디톡스의 균주 정보 공개를 요구하면서 팽팽히 맞서고 있다.

ITC는 지난 8일(현지시간) 대웅제약 측에 나보타(미국 수출명 주보)의 균주와 관련 서류, 정보를 메디톡스가 지정한 전문가들에게 제출할 것을 명령했다.

이번 명령은 증거개시(디스커버리, Discovery) 절차에 따른 것이다. 디스커버리는 재판에 앞서 소송 당사자가 상대방으로부터 받고자 하는 증거를 요청하는 절차다. 재판부가 요청을 승인하면 상대방에게는 증거 공개 의무가 생긴다.

앞서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부당한 방법으로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취득했다며 2016년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듬해 대웅제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나보타 품목허가를 신청하자 메디톡스는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소송을 제기하고, 지난 2월에는 대웅제약과 에볼루스(나보타 미국 판매사)를 ITC에 제소했다.

미국에서 진행된 소송 과정에선 균주 정보를 증거목록에 올려야 한다는 메디톡스와 영업 기밀인 균주 정보를 제출하지 않겠다는 대웅제약이 팽팽히 맞섰다.

지난 3월1일 조사에 착수한 ITC는 대웅제약의 요청을 기각하고 메디톡스가 지정한 전문가에게 나보타 전용 생산시설인 향남공장과 보툴리눔 균주와 관련한 모든 서류‧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그러자 대웅제약은 대리인을 통해 메디톡스 측에 균주 정보를 요청했다. 메디톡스 측 균주를 비교 분석해 나보타 균주의 적법성을 증명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대웅제약은 지난 14일 ITC 재판부가 증거수집 절차에 따라 양사에 균주 제출을 요구할 것이므로 메디톡스 역시 대웅제약이 지정한 전문가에게 균주를 제출하게 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큰 틀에서 메디톡스가 균주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합의한 상태”라며 “합의가 이뤄졌다면 ITC 결정과 관계없이 메디톡스에도 강제성이 부여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의 대리인이 메디톡스의 균주 정보를 요청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재 협의가 진행 중이며 확답을 주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양쪽의 입장이 평행선을 유지하는 가운데 쟁점은 실제 합의가 있었는지로 좁혀질 전망이다. 합의 여부에 따라 메디톡스의 증거 공개 의무가 가려지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의 한 변호사는 “디스커버리 절차에 따라 증거 공개 강제성이 생기려면 재판부의 명령이 있어야 한다”며 “재판부에 요청하지 않는 경우 상호 합의가 있었다면 의무적으로 증거를 공개해야 하지만, 메디톡스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면 합의 입증 책임은 대웅제약에게 있다”고 말했다.

jeeh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