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유엔서 이례적 기자회견… 대북제재 부당함 알리려는 듯
美 "제재 유지" 재확인… '대화의 문' 열려있다는 점도 밝혀
북한이 미국 정부가 자국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를 압류한 데 대해 강력 반발하며 '대북제재' 여론전에 나섰지만 미국 측은 대북 제재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북한의 공개 반발과 미국의 원칙 고수로 북미 간 신경전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21일(현지시간) 이례적으로 유엔본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에 대한 미국의 압류 조치를 불법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이 유엔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일도, 이를 사전에 예고한 것도 상당히 드문 일이다.
김 대사는 미국이 미국법을 근거로 와이즈 어니스트를 미국령 사모아로 견인했다며 이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압류조치 자체가 대북 정책의 일환이며,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합의를 어긴 행위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지난 14일에도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선박 압류가 6·12 공동성명의 기본 정신을 전면 부정했다며 자주권이 침해당했다고 비난한 바 있다.
이어 17일 외무성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공식입장에서도 "유엔을 비롯한 국제무대에서 특정 국가의 강권과 전횡을 합리화, 합법화하는 결의 아닌 결의들이 채택되고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반항한다며 피해자에게 제재를 가하는 만고의 부정의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김 대사는 이날 회견에서 대북제재에 대해 '일방적 제재'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는 대북제재가 부당하다는 국제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내부적으로 절박하다는 신호를 노출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으로서는 '자력갱생에 의한 경제건설'을 선언했지만, 대형 화물선의 몰수는 경제적으로 큰 타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국무부가 압류 화물선을 즉각 반환하라는 김 대사의 요구에 대해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유엔 안보리가 결정한 대로, 국제적 (대북) 제재는 유지될 것이고 모든 유엔 회원국들에 의해 이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제재 유지 원칙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다만 그러면서도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국무부는 또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말한 대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약속을 지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은 이 목표와 관련해 추가 진전을 이루기 위해 북한과의 외교 협상에 열려 있다"고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