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덜 짠’ 제품 강조하는데…난감한 식품업계
식약처 ‘덜 짠’ 제품 강조하는데…난감한 식품업계
  • 동지훈 기자
  • 승인 2019.05.2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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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입맛은 ‘단짠’…일부 한식은 1일 나트륨 섭취량 초과
(이미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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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나트륨‧당류 저감 제품 소비 확대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히자 식품업계는 난감한 분위기다. 소비자 입맛이 달고 짠 이른바 ‘단짠’에 맞춰져 있는 데다 한식 자체에 나트륨 함량이 높은데 유독 가공식품과 가정간편식 등에만 엄격한 잣대가 적용된다는 게 이유다.

식약처는 22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1층 열린소통포럼 ‘광화문 1번가’에서 제12회 식품‧의약품 안전 열린포럼을 개최한다. 이 자리에선 나트륨‧당류 저감 제품 소비 확대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주요 내용은 △가공식품의 나트륨·당류 저감화 전략과 추진현황 △음료의 당류 저감화 현황과 마케팅 사례 △나트륨·당류 저감 제품의 소비 확대 전략 등이다.

이에 앞서 식약처는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24곳에서 나트륨‧당류를 줄인 음식을 홍보하는 ‘찾아가는 덜 단짠 체험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식약처가 가공식품에 함유된 나트륨과 당류를 줄이자는 입장을 밝히자 식품업계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달고 짠맛을 선호하는데 나트륨이나 당류가 덜 들어간 음식을 활성화하라고 나온다면 난감하다”면서 “식약처가 나트륨과 당류를 줄이라고 강제한 것은 아니지만 자체적으로 단맛과 짠맛을 줄인 식품을 내놓는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당근을 주는 방법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맵고 짠 음식을 자주 구매해 먹는 데는 건강 외에 다른 이유가 있다”면서 “한식 자체에 나트륨이 많이 들어있는데 가공식품이나 가정간편식에만 엄격한 잣대를 대는 것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일상생활에서 많이 접하는 한식의 나트륨 함유량은 세계보건기구(WHO)가 1일 섭취량으로 정한 2000밀리그램(㎎)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수준이다.

김치찌개와 된장찌개의 나트륨 함량은 각각 1900㎎ 초중반과 2000㎎ 안팎이다. 육개장의 경우 최대 조리법에 따라 2700㎎의 나트륨이 함유돼 있어 한끼만 먹더라도 하루 나트륨 섭취 권장량을 초과하게 된다.

라면업계의 한 관계자는 “라면 업계는 이미 십여년 전부터 나트륨 함유량을 줄여오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직접 제조하거나 구매해서 먹는 음식 중에서 나트륨 함유량이 높은 것들을 보면 상위권은 찌개나 우동, 칼국수 등이며 라면은 상위권에 없다”고 강조했다.

jeeh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