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경찰, 고양 저유소 화재 피의자에 자백 강요"
인권위 "경찰, 고양 저유소 화재 피의자에 자백 강요"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5.20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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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에 "거짓말 마라" 123회 추궁…주의 조치 권고
고양경찰서가 공개한 지난해 10월 발생한 고양시 저유소 화재사건 CCTV 화면. (사진=고양경찰서 제공)
고양경찰서가 공개한 지난해 10월 발생한 고양시 저유소 화재사건 CCTV 화면. (사진=고양경찰서 제공)

경찰이 지난해 10월 발생한 고양시 저유소 화재사건 피의자에게 자백을 강요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20일 고양경찰서장과 경기지방경찰청장에게 저유소 화재사건 수사를 담당한 경찰관에 대해 주의 조치를 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또 인권위는 재발방지를 위해 직원들을 상대로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 및 피의사실 공표 관련 직무교육을 할 것도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 피의자 A씨는 지난해 10월8일 긴급체포 된 후 28시간 50분(열람시간 포함) 동안 총 4차례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 조사를 진행한 경찰관은 A씨를 상대로 총 123회에 걸쳐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거나 '거짓말 아니냐'고 되물었다.

또 경찰은 기자들에게 A씨의 이름, 국적, 나이, 성별 및 비자의 종류를 기재한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경찰의 거짓말 발언은 피의자로서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을 진술할 때나 피의자 진술 자체를 부정하는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면서 "이는 피의자에게 자백을 강요하는 것으로 현행 형사사법 체계가 인정하는 정상적인 신문과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이 이주노동자 이름 일부와 국적, 나이, 성별 및 비자 종류를 언론사에 공개해 신원이 주변에 드러나도록 했다"면서 "이 것은 헌법 제17조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경찰관의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로 인해 피해자 개인은 물론이고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과 무관한 이주 노동자에 대한 편견을 악화시키는데 기여했다"며 "안전관리 부실 문제 등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집중하지 못한 결과도 초래했다"고 덧붙였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