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의 초격차 전략 ‘흔들’…이마트 수익성 악화
정용진의 초격차 전략 ‘흔들’…이마트 수익성 악화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05.1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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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 영업이익·순이익 전년比 ‘반토막’
초저가 마케팅에 따른 출혈경쟁 영향 탓
정 회장 공들인 전문점 영업적자도 227억원
이마트 “초격차 전략 성과 판단은 시기상조”
지난 4월 진행된 이마트의 초저가 할인행사 ‘블랙이오’ (사진=이마트)
지난 4월 진행된 이마트의 초저가 할인행사 ‘블랙이오’ (사진=이마트)

이마트가 오프라인 할인점 부진에 발목을 잡히면서 올 1분기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경영 화두인 ‘초격차’ 전략의 일환으로 ‘국민가격’을 앞세운 초저가 마케팅이 출혈경쟁으로 이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돼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마트의 올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743억원으로 전년 동기 1535억원보다 51.6% 급감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분기와 비교해서는 21%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697억원을 기록했는데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1246억원보다 44% 감소했다. 매출액의 경우 4조5853억원으로 전년의 4조1065억원보다 11.7% 증가했다.

매출은 다소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반토막’ 난 주된 이유는 오프라인 할인점의 지속된 부진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오프라인 할인점 매출은 올 1분기 기준 2조8385억원으로 4.1%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143억원으로 29.5% 감소했다.

이마트 할인점은 지난해에도 연간 영업이익이 20.9% 줄어든 바 있다.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더욱 큰 폭으로 줄면서 결과적으로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된 상황이다.

이마트는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경쟁 할인점보다 앞서 올 초 ‘국민가격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블랙이오’ 등 대대적인 초저가 할인 마케팅에 적극 나섰다.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로 대형 할인점보다 온라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점차 높아지자, 품목 구분 없이 ‘최저가’ 경쟁에 불을 붙인 것이다.

사실 이마트의 이런 행보는 정용진 부회장의 신년사를 통해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 1월2일 신년사에서 ‘고객의 절약을 위해 투자한다’라는 아마존의 슬로건을 예로 들며 “초저가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면서 “신세계만의 스마트한 초저가 모델을 만들자”고 강조한 바 있다.

정 부회장의 신년사가 나온 바로 다음날부터 이마트는 ‘초저가 마케팅’을 표방하고 국민가격 프로젝트 등을 현재까지 진행 중에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롯데마트·홈플러스 등 오프라인 할인점은 물론 온라인 쇼핑몰까지 참여한 출혈경쟁으로 확대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초저가 마케팅은 수익보다는 고객 잡기에 초점을 맞춘 것이기 때문에 당장의 매출은 오를 순 있어도 이익 면에서는 오히려 마이너스 마케팅”이라며 “이러한 초저가 전략은 온라인과의 경쟁을 더욱 부추겨 중장기적으로 영업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킬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증권가 역시 부정적인 의견이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온라인 사업자와 경쟁이 식품·비식품 모든 카테고리에 걸쳐 심화돼 반등을 논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정 부회장이 많은 공을 들인 저가의 PB브랜드 전문매장인 ‘노브랜드’와 가전전문매장 ‘일렉트로마트’, 헬스뷰티 전문점 ‘부츠’ 등 전문점은 올 1분기에만 227억원의 적자를 냈다. 유일하게 창고형 할인매장인 트레이더스만 영업이익이 4.7% 증가했을 뿐이다.

이처럼 정용진 부회장의 초격차 전략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이마트는 다소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

올 1분기 영업이익 감소의 경우 내부적으로 초저가 마케팅이 원인이 아닌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시작한 설 선물세트 예약판매 비중이 급증하고, 올 겨울날씨가 상대적으로 온화하면서 패션·난방용품 등의 소비가 침체된 점을 주 이유로 꼽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오프라인 할인점 수익성 개선에 대한 당장의 대안은 없다”면서도 “다양한 상품군을 대상으로 한 초저가 마케팅은 계속해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용구조 혁신에 대한 성과가 올 하반기부터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초격차 전략에 따른 성과를 판단하는 것은 이르다”고 덧붙였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