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철거민참사’사태진화 고심‘침울’
한‘철거민참사’사태진화 고심‘침울’
  • 양귀호기자
  • 승인 2009.01.2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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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대통령·원세훈 겨냥 대여 총공세
박희태, 조문 못하고 돌아서…“설 전 진상조사 발표해야”
정세균 “책임자 파면·법적 책임등 조치 취하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22일 용산 철거현장 참사를 둘러싸고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파면 요구가 거세지는 등 사태가 악화되자 진화에 고심하면서도 침통한 분위기가 역력한 가운데 민주당은 설 연휴 민심의 향배를 가를 대형 이슈로 등장하자 대여공세에 모든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러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박희태 대표는 악화된 민심을 의식한 듯 “설 민심이라는 것이 전국적으로 매우 급하게 확산되고 정착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며 관계당국에 ‘설 전 진상조사 발표’를 주문했다.

전날 당직자회의 불참으로 당 지도부로부터 소외를 당하고 있다는 추측을 낳기도 했던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 내내 눈을 감은 채, 침통한 표정으로 일체 발언을 하지 않았다.

당 지도부는 회의 직후 용산 참사 희생자들의 빈소가 차려진 순천향병원 4층 분향소를 찾아갔지만, 유족들로부터 조문을 거절당하는 등 험악해진 분위기를 몸소 체험했다.

박 대표를 비롯한 10여명의 의원들은 분향소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높으신 분들의 조문은 받지 않겠다”는 상주와 유족들의 격렬한 몸싸움에 밀려 끝내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박 대표는 병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조문할 형편이 되지 않아서 돌아가지만 마음은 이곳에 두고 간다”며 “유족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연구하고 노력하겠다.

마음이 아프겠지만 조금만 견뎌 달라”고 담담하게 말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박순자 최고위원은 “이렇게 유족들의 저항이 심할 줄은 몰랐다.

그래도 조문하러 온 것인데 분향소까지는 들어갈 수 있을 줄 알았다”며 고개를 저었다.

한편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거취와 관련해 당내 기류가 ‘자진사퇴’ 쪽으로 기울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용산참사가 설 연휴 민심의 향배를 가를 대형 이슈로 등장하자 대여공세에 모든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사건으로 인해 19일 단행된 부분개각의 의미가 상당부분 퇴색됐다는 의미에서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2월 임시국회에서 정부여당과의 2차 입법전쟁에서도 보다 유리한 출발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감추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22일 차기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사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며 국가정보원장으로 내정된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하며 대여공세를 강화했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연히 대통령이 나서서 사과해야 할 텐데 대통령은 사과하지 않고 총리가 마지못해 유감을 표명했고, 실제로 이렇게 지휘한 책임자를 파면하고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도 조치하지 않고 있다”고 이 대통령을 직접 비난했다.

민주당은 참여정부 시절, 농민집회에서 사망사건이 발생하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사과를 한 사례를 들어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논리로 압박하고 있다.

최재성 대변인은 “김 청장만 물러나서 될 문제가 아니다.

원 장관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김 장관의 사퇴로 마무리하려는 여권의 움직임을 비판하면서 원 장관의 해임을 거듭 촉구했다.

민주당은 또 2월 임시국회에서 예상되는 언론관련법 등 쟁점법안 처리에도 여당의 추진력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법안저지를 위한 여론 형성에도 주력할 예정이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국회를 전쟁터로 만들더니 이제는 철거민의 생존을 위한 농성장을 전쟁터로 만들고 있다”며 “속도전과 밀어붙이기가 모든 가치에 우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 원내대표는 이어 “연말까지 (법안처리를) 강행하겠다는 한나라당의 태도와 생존권을 위해 투쟁하는 철거민의 농성현장을 만 하루 만에 덮쳐버리는 밀어붙이기가 성질이 전혀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더 분노하고 절망한다”며 “앞으로 이런 문제가 반복적으로 확대 재생산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고 강조, 용산참사와 이른바 ‘MB악법’ 저지를 연계시켰다.

민주당은 다른 야당과 함께 용산참사에 대한 국정조사도 실시한다는 방침이어서 설 연휴 이후에도 여야간 첨예한 신경전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