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에 ‘막말정치’가 난무하면서 품격이 사라졌다. 연초부터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가고 있는 국회도 딱히 ‘정쟁’이라고 표현할만한 일도 한 게 없다. 그저 각 당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니 태업으로 맞선 것 이외에는 설명이 어렵다. 여러 정당이 한 목소리로 요구하는 ‘협치’는 정당정치에서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지만 최근 우리 정치에서 찾아보기 한든 ‘가치’가 돼 버렸다.
현재 우리 정치는 정쟁이나 협치를 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각 당이나 진영의 생존을 위한 투쟁이며 몸부림일 뿐이다. 겉으로는 그럴싸하게 보수와 진보로 포장했지만 정작 속내는 정치꾼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공간 확보를 위한 이전투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최근 서로 경쟁하듯 내뱉는 막말정치의 원인을 순진하게 해석하면 각자 지지층의 결집을 위한 노림수 정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막말이 보다 고도로 계산된 정치 행위로 지지층 이외의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도록 정치혐오를 조장하는 행위라면 참으로 끔찍한 일이다. 지금 한국정치에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가정까지 가능한 것은 이미 상식적인 수준을 넘어선 정치 때문이다.
빈속으로 끝난 4월 국회에 이어 5월 국회도 순탄치 않다. 각 정당 대표들이 당을 초월해서 만나자는 국회모임인 ‘초월회’가 열렸지만 장외투쟁 중인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불참했다. 청와대도 한국당의 1대1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여야5당 대표 만남 이후로 수정제의 했지만 아직 어떤 결론도 나지 않았다.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년차 첫 수보회의에서 ‘정치권은 촛불 이전의 모습과 이후의 모습이 달라진 것 같지 않다면서 분단을 정치에 이용하는 낡은 이념의 잣대는 그만 버렸으면 한다’고 밝혔다. 또한 세상은 크게 변하고 있는데, 정치권이 과거에 머물러 있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짐권 3년차를 맞아 국내외로 산적한 과제들을 놓고 현재의 답답한 심정을 토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말이 있다. 우리 선조들의 얘기에서 나오는 ‘비익조(比翼鳥)’를 연상케 하는 말이다. 비익조는 암수의 눈과 날개가 각각 하나뿐이어서 짝을 짓지 않으면 날지 못한다는 전설 속의 새다. 목적지를 향해 함께 날개 짓을 하라는 교훈을 주는,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새가 바로 비익조다.
정치란 국민의 삶을 보다 민주적으로 윤택하게 영위할 수 있게 하는 종합적인 행위다. 경제도 ‘경세제민’이란 말에서 유래됐으니 정치와 떼어 내어 말할 수 없다.
정치는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등의 역할을 해야 한다. 정치는 오히려 보수와 진보 또는 각 계파 간의 이해를 조정하고 건강한 좌우의 날개로 날아가야 하는 사명을 띠고 있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