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강제징용 판결 '개망신' 안되게 하라 지시"
"박근혜, 강제징용 판결 '개망신' 안되게 하라 지시"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9.05.1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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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헌 전 靑외교안보수석, 임종헌 속행 공판서 증언
"대법원 판결과 정부 입장 달라...정부입장 대로"
檢, 재판거래 '양승태 사법부' 대법 배상판결 고의 지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기소 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3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기소 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3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속행 공판 증인으로 출석한 김규헌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해 "'개망신' 안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13일 열린 임 전 차장의 속행 공판에서 김 전 수석은 검찰이 제시한 2015년 12월 26일자 자신의 업무일지에 '강제징용 건과 관련해 정부 의견을 대법원에 보내라', '개망신 안 되도록', '국격이 손상되지 않도록' 등 문구와 관련된 증언을 이어갔다.

김 전 수석은 일지에 적힌 문구들에 대해 "당시 일본과 위안부 협상 타결을 앞두고 전화상으로 지침을 받는 과정 말미에, 박 전 대통령이 강제징용과 관련한 이야기를 해 받아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해 조속히 정부 의견을 대법원에 보내고, 그렇게 문제가 종결되도록 하라고 박 전 대통령이 말씀하셨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2년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해 일본 기업 신일철주금이 1억원씩 배상하라고 내린 판결이 정부 입장과 맞지 않으니, 피해자 개인의 배상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도록 판결해야지 대법원에서 배상 확정 판결을 내리면 "개망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박 전 대통령 생각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을 바탕으로 한 배상 요구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2012년 5월 징용 피해자들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한 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정부 입장과 다른 원고승소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바 있다.

이후 대법원은 2013년 환송 후 원심에서 또다시 피해자들에 대한 1억 배상 판결이 내렸지만 5년 넘게 재상고심 심리는 지연됐고 지난해 10월 원심 판결이 확정됐다.

검찰은 당시 대통령이 외교적 민감성 등을 감안해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판결이 확정되지 않도록 사법부에 압력을 가했고, 과정에서 '양승태 사법부'가 박근혜 정부와의 재판 거래를 위해 고의로 판결을 지연시켰다는 것이 검찰은 판단이며 김 전 수석의 증언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주장이다.

gooeun_p@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