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연, 극한지 가스 이송 기술 '자체 개발'
건설연, 극한지 가스 이송 기술 '자체 개발'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9.05.13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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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 영상 활용 최적 배관 경로 설계
영하 40℃서 버티는 볼밸브 시제품 제작
극한지 자원 이송망-기반구조물 설계를 위한 핵심기술 개념도.(자료=건설연)
극한지 자원 이송망-기반구조물 설계를 위한 핵심기술 개념도.(자료=건설연)

우리나라 건설업계가 아직 공략하지 못한 극한지 자원 개발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연구진이 인공위성 영상을 활용해 극한지에 최적화된 가스 이송 배관 경로를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 이송 배관에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볼밸브' 제작 기술도 자체 개발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설연, 원장 한승헌)은 영하 40℃ 이하 극한지(極寒地) 온도 조건을 반영한 '2000㎞급 장거리 자원이송망-기반구조물' 설계 및 평가 기술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건설연 백용 박사 연구팀은 극한지의 언 땅(이하 동토) 특성을 고려해 최적의 가스배관 경로를 결정하는 소프트웨어와 장거리 가스 배관 필수 부품인 볼(ball)밸브를 자체 개발했다.

우선 극한지 동토지반 조사를 위한 장비의 휴대성과 정확성을 개선해 현장 활용성을 높였다. 조사를 통해 나온 데이터는 해당 지역의 흙이 얼어서 지표면을 들어 올리는 동상 현상을 판정하게 해준다. 동상 현상을 표준적으로 시험하는 시험법은 한국형 표준(KS)으로도 등록했다.

특히, 새로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인공위성 영상을 이용한 지형의 형태와 특성은 물론 △안정성 △경제성 △환경성 △시공성 등을 고려한 최적 경로 설계를 가능하게 해준다. 경로 설계는 장거리 가스 배관 공사의 성공을 좌우한다. 경로 설계가 잘 되면 사업착수 전 공사비 예측은 물론 가스 배관의 유지보수도 경제적으로 할 수 있다.

극한지용 밸브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해외인증(가스프롬) 시제품(왼쪽) 및 러시아 국가규격(GOST) 인증.(사진=건설연)
극한지용 밸브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해외인증(가스프롬) 시제품(왼쪽) 및 러시아 국가규격(GOST) 인증.(사진=건설연)

이와 함께 연구팀은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극한지용 볼밸브 시제품을 설계하고 제작했다. 러시아 가스 배관 설계 및 운영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국영기업 가스프롬(Gazprom) 인증을 통해 국내 기업의 현지 진출도 가능할 전망이다. 볼을 통해 유체를 차단하거나 방향을 전환하는 볼밸브는 장거리 가스 배관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연구팀은 연구개발 성과에 대한 성능 및 실용화를 검증하기 위해 건설연 SOC실증연구센터에 대형 냉동 체임버(chamber)를 구축했다. 이 체임버에 지름 30in 가스배관을 직접 매설하고, 온도와 지하수위를 제어해 영하 40℃ 극한온도 조건의 동결현상을 재현했다.

백용 건설연 박사는 "극한지 자원 이송망 기반구조물 기술 개발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미래 자원개발 및 건설 신시장 개척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며 "5년 내 예정된 프로젝트 규모만 100억불 이상인 극한지 지역 대형프로젝트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 공병단(U.S. Army Corps of Engineers)에 따르면, 영하 30℃ 이하의 극한지에는 전 세계 미발견 석유·가스의 약 22%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극한지에서 개발된 자원은 파이프라인을 통해서 이송하는데, 극한지의 동토지반은 얼어붙고 녹는 동결과 융해, 침하를 반복하는 특성을 갖는다. 일반적인 환경에 적합한 파이프라인은 뒤틀리고 깨지게 된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