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 오후 10시, 35분간 통화를 하고 북발사체와 관련해 의견을 나눴다.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상황 견인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전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인도적 차원 대북 식량지원은 시의적절하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북한이 비핵화의 협상궤도에서 벗어나지 않고 조속한 협상재개를 위한 논의와 최근 WFP/FAO가 발표한 북한 식량 실태 보고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알려졌다.
북한은 어린이날 연휴 첫 날인 지난 4일, 오전 9시경 원산 일원에서 불상의 발사체 수발을 동해로 쏘아 올렸다. 지난달 17일 ‘전술형 유도발사체’ 사격시험 후 2주가 조금 넘은 시점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은 나와의 약속을 깨는 것을 원치 않으며, 합의는 이뤄질 것”이라고 SNS에 게재했다. 맞대응은 하지 않으면서 북한의 추가적인 조치에는 빠른 견제를 한 것이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역시 “발사체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은 아닌 것이 확실시 된다”고 말해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 유예’ 약속을 위반하지는 않았다는 기조를 초반부터 강조했다. 우리 국방부도 발사체를 ‘미사일’이라 규정하지 않고 원론적 대응을 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며 그 중 하나를 ‘신형 전술유도무기’로 일차 평가했다.
한미 양국 모두 현재의 북한과의 교착 상태에서 신중한 입장을 보이며, 긴장이 고조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한다는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초반의 모습과 달리 요즘 북한은 비핵화에 따른 한반도 평화와 경제번영의 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북한은 긴장감 조성으로 협상의 고리를 위험하게 이어가선 안 된다. 지난 3일 발표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식양안보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 사이에 지금의 북한의 식량사정이 가장 심각하며 긴급 필요분도 136만t이라고 한다. 9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방한을 통해 인도적 지원방안이 논의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작 당사자인 북한은 교착상태를 어렵게 꽈 놓을 일이 아니라 테이블에서 협상을 이어가야 한다.
또 문 정부도 중재자 역할을 주도면밀하게 해 나가야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공개한 독일 일간지 ‘FAZ‘ 기고문에서 “그동안 안타깝게 생각했던 일은 한국의 국민들이 휴전선 그 너머를 더 이상 상상하지 않는 것이었다“며 ”평범한 사람들의 상상력이 넓어진다는 것은 곧 이념에서 해방된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상을 실현하는데 때로는 속도가 필요할 때가 있다. 한반도 문제만큼은 이념의 대립 대신 공존의 대의를 빠르게 실현 시켜야 한다. 작은 테이블의 협상을 큰 테이블로 옮기는 데 북한은 스스로 정한 시한을 기다려서는 안 될 일이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