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북 식량지원' 공식화…방식·규모 등 검토
정부, '대북 식량지원' 공식화…방식·규모 등 검토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5.08 13: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北 식량 상황 매우 심각 우려…인도적 지원 추진"
'국제기구 공여' 무게…"북한 식량 상황 예의주시"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이 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대북 식량 지원 여부 등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이 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대북 식량 지원 여부 등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 등 인도적 지원을 공식화 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국제기구가 북한의 식량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면서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식량 지원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 3일 "인도적 차원에서 우려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북한 식량 실태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지난해 북한의 곡물 총생산량이 490만t으로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올해 1000만여명이 식량 부족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고려해 정부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식량 지원을 결정, 대북 식량지원의 방식과 시기, 규모 등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직접 지원이냐 기구를 통한 지원이냐의 문제를 포함해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이제 논의에 들어가야 하는 단계여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난 2017년 추진한 남북협력기금 800만달러를 WFP와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에 공여하는 방식의 대북 인도지원을 다시 검토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당시 정부는 남북교류협력 추진협의회(교추협)를 열고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모자보건·영양지원 사업에 남북협력기금에서 800만 달러를 공여하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미국의 대북 압박 기조 속에서 실제 집행은 불발됐다.

이는 최근까지 정부가 추진한 방안이고, 국제사회 내부 의결까지 했다는 점 등에서 '명분'이 있다. 다만 2017년 교추협 결정의 이월 시한이 끝났기 때문에 지원 규모나 용처 등은 조정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일각에선 국제기구 공여는 간접적인 성격을 보이는 만큼 정부가 과거와 비슷한 직접 식량지원을 검토할 수 있지 않으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2000년과 2002∼2005년, 2007년에 연간 30만∼50만t의 쌀 차관을 북한에 제공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이 최근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나서며 대남·대미 강경 태도를 드러낸 만큼 남측의 직접 지원을 수용할 가능성은 적다는 의견도 많다.

이 대변인은 "(식량 부족) 상황 등을 종합해서 규모, 시기, 방식 등에 대해 협의해 나갈 것"이라며 "북한의 식량 상황에 대해 정부는 계속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