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소득 늘었지만…경영체감은 오히려 ‘악화’
농가소득 늘었지만…경영체감은 오히려 ‘악화’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05.0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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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평균 농가소득 4207만원…전년比 10%↑
13년간 3000만원대 머물다 4000만원 첫 돌파
농가 빚도 급증…지난해 3327만원 역대 ‘최대’
농가소득-부채 격차 880만원 전년보다 ‘뒷걸음’
최근 5년간 농가소득과 농가부채 현황
최근 5년간 농가소득과 농가부채 현황

지난 한 해 동안 농가가 번 평균소득은 4200여만원으로 처음으로 4000만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같은 기간 농가가 진 빚도 역대 최대인 3330여만원으로 조사됐다. 특히 전년과 비교해 소득증가율은 10%인 반면, 부채증가율은 26%로 두 배 이상 높아 농가소득과 부채 간의 격차가 크게 줄어드는 등 농가 경영체감은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농가소득은 4207만원으로 전년(3824만원)보다 10.0% 증가했다.

농가소득은 농업소득과 농업외소득, 이전소득, 비경상소득을 합친 금액이다.

농업소득은 농작물을 생산해서 얻은 소득, 농업외소득은 농작물 생산 외에 농촌체험 프로그램·주말농장 운영 등 농업 이외의 소득을 의미한다. 이전소득은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직불금·국민연금 보험료 등 공적보조소득을 뜻하고, 비경상소득은 경조사금과 같은 자산변동을 수반하지 않는 비정기적인 소득을 말한다.

전년과 비교할 때 농업소득은 1292만원으로 28.6% 증가했다. 농업외소득은 4.2% 늘어난 1627만원, 이전소득 역시 11.1% 증가한 989만원으로 조사됐다.

농식품부 농업정책과 관계자는 농업소득이 큰 폭으로 증가한 이유에 대해 “지난해 20년 전 수준으로 떨어진 쌀값을 안정시키는 차원에서 추진한 시장격리 영향과 함께 농작물·축산물 등 대부분의 작물 수입이 지난해보다 20% 안팎으로 늘어나면서 전반적으로 농업소득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농업소득 증가로 지난해 평균 농가소득은 4207만원을 기록해 지난 2005년 이후 13년간 3000만원대를 머물다가 처음으로 4000만원대를 넘어섰다.

그러나 농가부채 역시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농가의 평균 빚은 3327만원으로 2017년 2638만원보다 26.1% 늘었다. 농가부채가 크게 늘어난 배경에 대해 농식품부는 농업시설 투자에 따른 금액 증가를 주 이유로 꼽고 있다.

농업정책과 관계자는 “경지규모가 크고 축사 등 자본집약적인 품목일수록 농가부채가 많은 편”이라며 “최근 들어 스마트농업으로 변화하면서 스마트팜 등 농업시설과 관련 기자재의 초기 투입비용이 많이 들다보니 농가부채 규모가 커졌다”고 말했다.

실제 전년과 비교해 건물·구축물 투입비는 32.3%, 기자재·비품 구입비도 46.5%로 크게 증가했다.

최근 5년간 농가소득과 부채 간의 격차
최근 5년간 농가소득과 부채 간의 격차

이처럼 농가소득이 증가해도 농가부채가 덩달아 늘면서 농가 경영체감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최근 5년간 농가소득과 부채 간의 폭을 살펴보면 2014년 707만원(소득 3495만-부채 2788만)에서 2015년 1000만원(3722만-2722만), 2016년 1047만(3720만-2673만), 2017년 1186만(3824만-2638만)으로 격차가 커지다가 지난해 880만원(4207만-3327만)으로 크게 줄었다.

농가가 돈을 벌어도 빚도 함께 늘어 실질적인 소득제고에 별다른 체감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북지역에서 4000여평 규모로 토마토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6년차 농가 A씨는 “정부·지자체를 통해 일부 지원을 받아도 농장을 짓는 데 초기 투자비용으로 6억원을 대출받아 여전히 갚고 있다”며 “수익은 나쁘지 않아 매출은 조금씩 늘고 있지만 농장 유지관리비와 생산비용은 계속 증가하고, 남은 대출원금과 이자까지 감안하면 적어도 3~4년은 지나야 겨우 대출금을 청산할 수 있을 정도로 빠듯하다”고 전했다.

농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가 농가소득이 늘어난 것을 부각시키면서 농업인의 소득안전망을 촘촘히 확충한다고 얘기하지만 급증한 농가부채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나 반성은 부족한 것 같다”며 “실질적인 농가수입과 직결된 농업소득은 20년이 넘도록 여전히 1000만원 초반대를 못 벗어나는 현실을 직시하고 관련 대안을 하루빨리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