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5G 속도 경쟁을 둘러싼 불편한 표현들
[기자수첩] 5G 속도 경쟁을 둘러싼 불편한 표현들
  • 장민제 기자
  • 승인 2019.05.0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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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 자율주행, IoT(사물인터넷) 등 4차산업혁명의 기반이 되는 5세대(G) 이동통신은 산업계 전반의 화두다. 그러나 5G에 대한 홍보와 표현문구를 보고 있으면 '정말 이게 맞을까', '제대로 된 의미를 전달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종종 든다.

최근엔 LG유플러스와 화웨이가 배포한 자료에서 이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앞서 LG유플러스는 지난달 28일 잠실야구장에서 MU(Multi User) MIMO 기술을 활용해 삼성전자 갤럭시 S10 5G 8대로 동시 접속 속도를 측정한 결과, 국내 최초로 1.8Gbps 이상의 '기지국 속도'를 구현했다고 밝혔다.

MU-MIMO는 기존 'SU(Single User) MIMO'와 달리 무선신호를 속도저하 없이 동시에 여러 기기로 전송하는 기술이다. 현재 5G 단말의 속도는 신호가 좋은 곳에선 1Gbps, 평균 600Mbps 정도인데, 이 기술을 적용하니 '기지국 전송속도'가 3배가량 더 나왔다는 것이다. LG유플러스는 "MU-MIMO는 SU-MIMO 기술 대비 사용자 체감 성능을 약 3~4배 향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웨이는 지난 3일 자료를 통해 LG유플러스와 함께 갤럭시 S10 5G 8대 단말이 동시 접속하는 환경에서 사용자 체감 속도를 3~4배 끌어올릴 수 있음을 검증했다고 말했다. 동일한 자료를 놓고 이통사는 5G 서비스의 경쟁력 강화를, 제조사는 장비의 우수성을 강조한 셈이다.

LG유플러스와 화웨이의 이 같은 자신감에 돌을 던지고 싶진 않다. MU-MIMO는 경쟁사들도 적용계획인 기술로, 고객들이 증가해도 통신 속도 유지효과는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지국 전송속도'의 측정치를 제시하면서 '체감 상 속도가 3~4배 올랐다'는 표현은 부적절해 보인다. '체감 상 속도향상'을 말하기 위해선 기지국이 아니라 고객의 5G 단말기에서 측정된 속도를 제시해야 된다. MU-MIMO 기술을 적용해도 기지국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면 큰 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MU-MIMO는 사용자 수가 증가해도 일정속도를 유지시켜주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체감성능을 비교하기엔 애매하다”고 말했다.

실제 취재 결과 LG유플러스는 이번 실험에 5G 단말기로 SU-MIMO 방식 1대와 MU-MIMO 방식 8대를 동원했고, 각 단말기에선 300Mbps의 동일한 속도를 기록했다. 또 SU-MIMO 방식의 기지국에 복수의 단말기를 물릴 경우 속도저하 정도를 측정하진 않았다. 제한된 상황에서 테스트를 진행한 것으로, 체감속도가 올랐다는 근거로는 부족했다. 오히려 5G 속도가 현 시점 기준 최대인 1Gbps에 턱 없이 못미친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현재 5G 서비스가 상용화 된지 한 달이 넘었지만, 통신장애 등 품질에 대한 불만이 팽배한 상태다. 5G에 대한 과대표현으로 고객들의 오해와 불만을 더하기 보다,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서비스 품질을 개선해야 할 시기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