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 ‘가습기살균제 유해 가능성’ 알고도 제품 출시 정황
애경, ‘가습기살균제 유해 가능성’ 알고도 제품 출시 정황
  • 동지훈 기자
  • 승인 2019.05.0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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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통해 “추가 연구 필요” 서울대 연구팀 보고서 확보
(이미지=연합뉴스)
(이미지=연합뉴스)

애경산업이 ‘가습기 메이트’ 물질 성분의 인체 유해 가능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연구 보고서를 확보하고도 제품을 출시한 정황이 포착됐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재수사하는 과정에서 애경이 가습기 메이트 출시 전 제조사인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에게 ‘가습기살균제의 흡입독성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그동안 애경은 SK케미칼이 필러물산에 하청을 줘서 만든 제품을 넘겨받아 판매만 했을 뿐, 물질 성분의 유해성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애경이 가습기 메이트 출시 전 SK로부터 받은 것으로 전해진 보고서에는 가습기 살균제 물질 성분의 유해성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담겼다.

지난 1994년 SK케미칼의 전신인 유공은 국내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하자 이영순 서울대 교수 연구팀은 같은 해 10~12월 유해성 실험 결과를 진행했다.

당시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인한 (실험용 쥐의) 백혈구 수 변화가 확인됐다”며 “유해성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안전성 확보를 위해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유공은 최종 보고서가 나오기 전에 가습기 메이트를 출시했다.

이후 유공의 가습기 살균제 사업 부문은 SK케미칼에게 인수됐다. SK케미칼은 보고서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 물질의 인체 유해 가능성을 인지했음에도 제품을 판매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애경 역시 해당 보고서를 갖고 있었으나 2011년 제품 판매 종료 시점까지 원료물질로 인한 인체 유해 주의 문구를 라벨에 표기하지 않았다.

애경 측은 “SK케미칼에서 영업비밀이라며 원료물질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주지 않아서 유해성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며 “판매자의 주의의무는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반면 검찰은 애경이 가습기 메이트의 유해 가능성을 인지했음에도 ‘인체에 무해’하다고 표시‧광고, 판매한 점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의 근거로 보고 있다.

한편 법원은 지난달 30일 안용찬(60) 전 애경산업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심사)에서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 유형에 따른 독성 및 위해성 차이, 그로 인한 형사책임 유무 및 정도에 관한 다툼 여지’를 근거로 영장을 기각했다.

이는 가습기 메이트 원료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의 유해성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jeeh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