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법정 출석…"난 미투 열풍 속 희생양됐다"
정봉주, 법정 출석…"난 미투 열풍 속 희생양됐다"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9.05.0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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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자신의 성추행 의혹 보도를 허위라고 주장하며 반박하다가 무고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봉주 전 국회의원이 법정에서 "미투 열풍 속에 시대의 희생양이 됐다"며 억울함의 호소했다.

정 전 의원은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성추행범이라는 낙인이 찍혔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공판준비기일의 경우 정식 형사공판과 달리 피고인 출석이 의무는 아니지만, 정 전 의원은 이날 앞선 두 차례의 공판준비기일과 같이 법정에 직접 출석했다.

정 전 의원은 "사건이 있었다는 당시 '나는 꼼수다' 때문에 많은 사람이 저를 알아봤고, 해당 호텔 주변은 국회 바로 앞이어서 국회의원과 정치인의 왕래도 잦은 곳"이라며 "공개 장소였던 만큼 위험을 무릅쓰고 기억이 안 난다고 거짓말해서 얻을 이득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때 프레시안 기사로 저는 파멸했다. 지난 1년 간 정치는 고사하고 그 어느 곳에서도 절 쓰려고 하지 않는다. 절 찾던 사람들도 종적을 감추고 다 잃었다"고 한탄했다.

정 전 의원은 "언론이라는 파급력으로 온나라를 뒤집었으면 그 파급력의 1000분의 1도 안 되는 반론을 받아들일 의무도 있는 것 아니냐"라며 "시대의 열병 속에서 속수무책하게 무너졌던 지난날과 달리 이 법정에서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 측 변호인도 "프레시안 측은 이 사건 의혹에 대한 충분한 검증도 없이 정 전 의원의 출마 선언 당일 성급하고 단정적으로 보도를 했고, 이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었음이 분명할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정 전 의원이 당시 행적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면서 성추행 사실이 없다고 하는 건 허위에 대한 미필적 인식이 있었다고 보여진다"며 "정 전 의원은 기자회견을 하면서 '서울시장 출마를 계속 하겠다'며 프레시안의 정정보도와 사과를 요구했다. 당시 회견을 여는 취지가 당선을 위한 목적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 측은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프레시안 기자와 피해자 A씨 등 5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는 공판준비기일을 종결하고 오는 27일 정식 재판 절차를 시작하기로 했다.

앞서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은 지난해 3월 초 "정 전 의원이 2011년 12월 23일 기자 지망생이던 A씨를 호텔에서 성추행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정 전 의원은 그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자를 호텔에서 만난 사실도, 추행한 사실도 없다. 해당 기사는 나를 낙선시키기 위한 대국민 사기극,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또 프레시안 기자들을 공직선거법(허위사실 공표)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프레시안 측도 정 전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했다.

시종일관 결백을 주장하던 정 전 의원은 당일 해당 호텔에서 결제한 카드 사용내역이 나오자 자신의 해명이 잘못됐다고 시인하고 고소를 취하했다.

검찰은 정 전 의원이 의혹을 보도한 기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 허위사실을 퍼뜨렸다고 결론 내렸다.

gooeun_p@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