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돈 국제금융센터 원장 “세계경기 섣부른 낙관은 시기상조”
정규돈 국제금융센터 원장 “세계경기 섣부른 낙관은 시기상조”
  • 이혜현 기자
  • 승인 2019.04.3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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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등 지표 호조에도 불확실성 상존”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최근 미국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경제지표가 개선세를 보이고 있지만 섣부른 세계경기 낙관은 시기상조라는 진단이 나왔다.

정규돈 국제금융센터 원장은 피지 난디에서 개최되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을 앞두고 지난 29일 글로벌 경기 저점 통과론에 대해 “글로벌 성장세 회복을 확신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최근 주요국 경제지표가 예상을 상회해 1분기에 세계경기가 저점 통과했을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경제에 불확실성이 산재해 있으므로 경기 흐름을 신중히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미 상무부는 1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연율로 3.2% 성장했다고 밝혔다. 시장에 비관론이 확산했던 가운데 나온 깜짝 성장이어서 미국 경제가 지난해 말 바닥을 찍고 급반등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정 원장은 “세계경기가 저점을 통과했을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수요 확대에 한계가 있고 불확실성 요인도 상존하는 상황”이라며 “본격적인 회복세를 기대하기보다는 더 나빠지지 않는 데 그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라고 평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도 세계 경제 성장률을 올해(3.3%)보다 높은 3.6%로 전망했지만 이런 전망치가 계속 유효할지는 좀 더 상황을 두고 봐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정 원장은 세계 경제를 위협할 대표적인 잠재 위험요인으로 주요국의 무역분쟁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유럽 등 주요국의 정치 불안 등을 꼽았다.

무역분쟁의 경우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에 이어 EU와 일본을 상대로 공세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브렉시트의 경우 메이 정부의 퇴진이나 제2의 국민투표로 사태가 확산할 경우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그는 판단했다.

중국발 위기 가능성도 해소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정 원장은 “중국 정부가 성장률 유지를 위해 부양책을 제한적으로 펼치고 있다”며 “다만 부양책이 구조조정을 지연시킴으로써 장기성장 측면에선 오히려 도움이 안 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또 무역분쟁 여파로 중국의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 외환시장이 불안해지고 한국에도 타격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의 경상수지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달러화 강세가 확대될 경우 중국 내 급격한 자본이탈과 외환시장 불안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더불어 중국 기업이 역외에서 발행한 달러 표시 채권의 신용위험이 커지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 원장은 “최근 원화와 위안화가 함께 움직이지 않는 비동조화 현상이 나타났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한국과 중국 경제는 연관성이 높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두 통화가 동조화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했다. 

hyun1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