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몸 보양하러 가자”는 지인의 말에 이름만 들어도 원기회복이 될 것 같은,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는 장어구이를 선택했다. 하지만 이런 음식이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앗아가는 두려움의 대상이며, 식사요법은 곧 영혼을 갉아먹는 느낌일 정도로 괴로울 수 있다는 사실 당신은 알고 있는가? 우리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했다.
하루 3끼씩 1년 365일 동안 무려 1095번 넘게 마주하게 되는 모든 음식이 지독하게 고통스러운 사람은 바로 콩팥병 환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 자료에 의하면 만성 콩팥병 환자는 2014년에 15만7500명에서 2017년에는 20만3900명으로 연평균 약 13%의 높은 증가율을 보인다.
신장학회가 지난 2007~2008년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등 7대 도시에 거주하는 35세 이상 성인 1129만83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유병률 결과를 보면 더 놀랍다. 이 조사에서는 국내 인구의 13.7%에 달하는 320만명이 만성 콩팥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능이 50% 미만으로 떨어지기 전까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침묵의 장기’인 콩팥 특성상 약 300만명이 병에 노출된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WHO(세계국제보건기구)의 1일 나트륨 권장 섭취량의 2.5배를 웃도는 5000mg을 섭취하는 오늘날 대한민국은 이제 콩팥병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콩팥은 하루 180ℓ에 달하는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내는 정수기 역할을 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체내에 쌓인 노폐물이 합병증을 유발하게 되는데, 이것이 콩팥병이다. 여기서 노폐물은 일반적인 독소만 의미하지 않는다. 바나나와 토마토 같은 녹황색 채소에 함유된 ‘칼륨’은 콩밭병 환자에게 고칼륨혈증으로 갑작스러운 심정지를 일으키는 독소이며, 견과류 등에 함유된 ‘인’은 골다공증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요소다.
의사들은 한 번 망가진 콩팥은 약물로도 치유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노폐물 배출을 돕는 것이 현재 약물의 최선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식사요법을 통해 콩팥이 더 망가지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콩팥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영양성분을 제한하고, 영양 균형 상태를 유지해 근 손실을 막아 콩팥에 미칠 악영향을 방지한다.
문제는 이런 식사요법이 그동안 콩밭병 환자들로부터 인간의 가장 기본적 욕구인 ‘먹는 즐거움’을 빼앗아 왔다는 것이다.
만성 콩팥병 환자는 생명과 직결되는 질환으로 인해 식생활의 즐거움을 포기하는 수준을 넘어 두려워한다. 경제적 활동마저 어려운 이들은 분명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약자라고 생각한다.
격일로 노폐물을 기계로 걸러내는 투석 환자들의 제한된 경제활동과 막대한 의료비로 인해 매년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은 전체 콩팥병 환자에게서 발생하는 비용의 80%가 넘는 약 4조5000억원에 달한다.
적절한 식사요법으로 단 1%만이라도 투석으로 진행되는 속도를 늦춘다면, 연 4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렇듯 나에게 당연하던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생명과 직결되는 절실한 소망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집중해야 할 사회 문제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이런 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해결책을 찾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가 고민했던 문제들이 더 이상 ‘사회적 문제’가 아닌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문제는 풀기 위해 존재하고, 필자를 포함한 잇마플의 도전자들은 만성질환자들의 먹는 즐거움과 건강 유지, 그사이에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한다.
만성 콩팥병 환자의 고통을 공감하며 내디딘 우리의 작은 걸음이 세상 모든 이들이 식사의 즐거움을 되찾는 그 날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