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의 선거제·개혁입법 패스트트랙 처리 후폭풍이 거세다. 각 정당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면서 여야 모두 출구 없는 ‘치킨게임’에 몰두해 정치력 부재라는 한계를 드러냈다.
제1야당이지만 물리력까지 동원하며 패스트트랙 지정에 극렬 반대했던 자유한국당은 장외투쟁 불사 방침을 천명했다. 여야4당 합의에 동참했던 바른미래당은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분당 수준의 내홍을 겪으면서 야권발 정계개편의 도화선이 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정치력 부재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외형상 승리일 뿐 내상이 깊다.
사실 한국당의 반대는 이미 예상됐던 상황이다. 다만 국회 점거농성이나 대규모 장외투쟁 등 파격적인 행보는 생경한 모습이다. ‘좌파독재 타도’나 ‘문재인 STOP’ 등 익숙한 듯 한 문구를 꺼내 든 보수진영의 모습이 촛불집회 때의 진보진영 모습과 흡사해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이를 지켜본 국민들은 여당도 야당도 모두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동물국회’를 연출한 20대 국회의 모습에 국민들은 ‘정치꾼’들의 이전투구로 기억할 것이다.
여야 모두 나름대로 이유를 들고 있지만 그 본질은 선거제 개편에 따른 국회의원의 밥그릇 챙기기에 지나지 않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몰락했던 보수진영은 지난 4월 ‘미니 보궐선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한국당은 그 영향으로 지지도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그 여세를 몰라 보수 결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모처럼의 지지도 상승을 내년 총선까지 이어가자는 전략이다. 반면 촛불정국의 국민적 지지를 받으면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집권 3년차를 맞으면서 적지 않은 실정을 노출하면서 지지율 하락을 맞고 있다. 대통령의 지지도에 기댔던 민주당도 이제 당·청 관계의 개선을 요구하면서 내년 총선 채비에 들어갔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이런 정치적 계산의 시작점이 선거제·개혁입법 패스트트랙 처리에서 맞닥뜨린 것이다.
한국경제에 대한 각종 지표가 연이어 비상등을 켜자 정부는 6조7000억 원 규모의 추경예산안을 의결, 국회로 보냈다. 문 대통령도 ‘경제는 타이밍’이라면서 5월 임시국회에서 조속히 처리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공허하게 들린다.
이미 국회는 패스트트랙 지정으로 상당기간 파행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회에 계류 중인 8개의 민생경제 법안도 그동안 인사청문회 등에 발목 잡히면서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언제 국회통과가 이뤄질지 예측하기 힘들다. 물론 추경안 심의도 당분간 물 건너간 셈이다.
이런 결과의 책임은 여당과 정부의 몫이다. 물론 한국당의 ‘몽니’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지만 정부와 여당의 포용력 없는 정치력이 만든 결과다. 결국 민주당의 정치력 부재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패의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