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재심 첫 재판…"진실규명" 한 목소리
'여순사건' 재심 첫 재판…"진실규명" 한 목소리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4.2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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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전남 순천시 왕지동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여순사건재심대책위원회와 희생자 유가족들이 재심 첫 재판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9일 오후 전남 순천시 왕지동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여순사건재심대책위원회와 희생자 유가족들이 재심 첫 재판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른바 '여순사건' 희생자에 대한 첫 번째 재심이 29일 열렸다. 사건 발생 71년 만이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1형사부(김정아 부장판사)는 이날 여순사건의 희생자인 장모씨 등 3명에 대한 내란 및 국권문란 사건 재심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 여수·순천 지역에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소속 군인 일부가 제주 4·3사건을 진압하라는 이승만 대통령 지시를 거부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정부는 국군은 지역을 탈환한 뒤 반란군에 협조·가담했다는 이유로 민간인들을 내란죄로 군사재판에 넘겨 사형을 선고했고, 이 과정에서 장씨 등 다수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와 관련 장씨 등의 유족들은 군과 경찰이 고인을 불법 체포·감금한 뒤 사형을 선고했다며 2013년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사건 발생 71년 만에 다시 열리게 될 여순사건을 심리하게 된 재판부는 10분 가까이 할애해 진실규명을 다짐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국민이 반드시 풀고 가야 할 우리의 아픈 과거사"라며 "사건 발생 71년, 재심 청구 8년이 지나는 등 유가족들에겐 너무도 길었던 통한의 시간이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재심 재판 전 대법원의 결정문을 정독하고 자세히 검토했다"면서 "대법원도 여순사건은 민간인이 희생된 비극적인 집단 학살 사건이라고 판단해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희생자들에 대한 사죄와 배상, 명예회복을 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고 법원이 부족하게나마 그 책무 중 일부를 해야 한다"며 "유족의 한이 얼마나 해소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현행법 내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희생자들이 무고하게 판결을 받은 내란죄의 실체를 밝히고 명예 회복할 수 있는 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검찰이 요청한 재판 진행절차에 동의한다"면서 "검사는 명예회복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공소사실이 특정됐다고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죄명인 내란죄의 실체에 대한 판단이 있으면 명예회복에 대한 판결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요청했다.

검찰도 "재심이 시작된 역사적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 희생자의 억울함이 없도록 하겠다"면서 "검찰은 형사재판의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최선을 다하겠다"고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명예를 회복에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재심 청구인인 희생자 유족 장경자씨는 심경을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수많은 사람의 죽음이 오랫동안 묻혀있었고, 반란이라는 불명예 속에서 고통받으며 살아왔다"며 "희생자들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이날 재판은 사건에 대한 입장 발표와 심리 계획, 변호인 및 검찰의 의견을 확인한 후 다음 기일을 정하고 20여분 만에 첫 공판을 마무리 했다.

두 번째 공판은 오는 6월 24일 오후 2시 순천지원 형사중법정서 제1형사부 심리로 열린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