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학생과 갈등 끝에 극단적 선택한 교사에 '순직 인정'
법원, 학생과 갈등 끝에 극단적 선택한 교사에 '순직 인정'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9.04.2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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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법원이 학생과의 갈등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에 대해 순직을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장낙원 부장판사)는 교사 A씨의 유족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공무상 사망을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유족 승소 판결을 내렸다.

초등학교 교사이던 A씨는 2016년 담임을 맡은 반의 B학생이 자신의 지시에 불만을 표시하거나 욕설을 하고, 반성문을 쓰게 해도 별 효과가 없자 지도과정에서 욕설을 했다.

이후 B학생 부모가 항의하자 A씨는 학급 학생들에게 공개적으로 욕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B부모는 A씨가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고 태도가 개선되지 않았다며 다시 민원을 제기했다. 해당 부모의 민원은 5개월간 5차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 A씨는 B학생의 무례한 행동과 부모의 민원이 반복돼 힘들다고 학교 측에 여러 차례 호소했다. 또 동료 교사에게도 "힘들다"라는 이야기를 자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2017학년도엔 상급반 과목을 배정받자 5학년으로 올라가는 B학생을 피하기 위해 6학년 과목을 선택하기도 했다.

그러나 A씨는 정년퇴직을 한 학기 남겨둔 2017년 2월 '아이들이 모두 B군 같을 것 같아 불안하다'는 생각에 사직서를 냈고, 사직서가 처리되는 동안 병가를 냈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A씨의 유족은 공무원연금공단에 순직 유족보상금을 청구했다가 공단에서 거절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는 공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사망 당시 정상적인 행위 선택 능력을 이미 잃은 상태였다"며 유족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는 B학생을 지도하면서 학생 및 학부모와 극심한 갈등을 겪었고, 자신의 지도 방법이 교장이나 교감으로부터 지지받지 못한다는 사실로 인해 큰 충격까지 받았으며 그 결과 우울증을 앓게 됐다"고 인정했다.

또 "결국 A씨의 사망 원인이 된 우울증은 그가 교사로서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생긴 질병으로서 공무로 인한 것"이라며 "망인의 사망과 공무 사이엔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사망하기 전 병원에서 중증의 우울증을 진단받은 사실이 없더라도 공무상 사망을 인정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gooeun_p@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