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硏 “ILO 핵심협약 비준 미루면 EU 제재 가능”
노동硏 “ILO 핵심협약 비준 미루면 EU 제재 가능”
  • 이혜현 기자
  • 승인 2019.04.2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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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조치·수출입 제한 등 거론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국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미룰 경우 유럽연합이 한-EU FTA 위반을 이유로 한국에 경제적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경고가 나왔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국제노동브리프 최신호에 따르면 한국이 한-EU FTA 제13장의 노동 조항인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정되면 EU는 한국을 상대로 사실상의 제재에 착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한-EU FTA 무역과 지속가능발전장 제13조에는 노조 할 권리(혹은 결사의 자유) 등과 관계된 노동기본권 약속에 관한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협약이 담겼다.  

보고서를 작성한 남궁준 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EU 노동 조항 위반과 제재는 무관하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단정적인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 문제를 통상 관련 협상에서 지렛대로 삼는 등 제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경제적 불이익을 주는 제재의 유형도 다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남 부연구위원은 다양한 경제적 불이익의 유형으로 관세 조치와 수출입 물량 제한 외에도 조세, 규제, 공공 조달, 기업 보조금 등 다양한 제재 가능성을 거론했다. 

EU는 지난해 12월 한국이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한-EU FTA 제13장의 분쟁 해결 절차에 착수했다.

첫 단계인 정부 간 협의는 지난달 18일 끝났고 EU는 최종 단계인 전문가 패널 소집에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EU 요청으로 전문가 패널이 소집되면 한국의 한-EU FTA 위반 여부를 본격적으로 검증하게 된다. 이를 통해 한국의 FTA 위반이 확정되면 EU가 본격적으로 제재에 나서 우리 기업이 상당한 피해를 볼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남 부연구위원은 EU의 ILO 핵심협약 비준 요구가 주권 침해라는 주장에는 “FTA의 목적 자체가 체약국들이 상호 시장 개방을 통해 더 큰 이익을 얻고자 일정 부분 주권 행사를 유보하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주장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한-EU FTA 제13장의 노동 조항이 구속력이 없다는 주장에도 “국제법적 의무는 행위 의무와 결과 의무로 양분되는데 한-EU FTA 제13장의 노동 조항은 전자에 속한다”며 “이는 법적 의무로 구속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경영계는 ILO 핵심협약 비준이 시기상조이며 설사 비준하더라도 파업시 대체근로 허용과 같은 단체교섭·쟁의행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남 부연구위원은 한-EU FTA가 무역과 노동 문제를 연계한 새로운 세대의 첫 FTA로 상징성이 크다면서 “모든 게 처음인 만큼, 이 분쟁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hyun1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