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칼럼] 정체된 리모델링 사업 '날개를 달아야 할 때'
[기고칼럼] 정체된 리모델링 사업 '날개를 달아야 할 때'
  • 신아일보
  • 승인 2019.04.25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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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말 기준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전국적으로 15년 이상 경과한 아파트는 약 14만 동에 이르고, 전체 아파트의 약 48%에 달한다. 노후한 아파트는 지진 피해와 주차난, 녹물 발생, 에너지 낭비 등 일상생활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안전 문제인데, 경주지진과 포항지진 이후에도 잦은 유감 지진으로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다. 그러나 1990년대 초반 준공된 아파트까지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아 지진의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둘째는 주차 문제다. 1990년도 등록된 차량 대수는 약 339만대였지만, 지난해 말 기준 등록된 차량의 대수는 약 2320대다. 이에 따라 신축 공동주택은 일반적으로 세대당 1.2대 이상, 일부 강남권은 세대당 2대 이상의 주차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들의 세대당 주차대수를 분석해보면 0.3대~0.7대 수준으로, 입주민들이 밤마다 주차 전쟁을 치르고 있다.

아파트의 노후화와 더불어 상수도 배관이 노후화되면서 녹이 섞여 나오는 것도 문제다. 20년이 넘은 주택에서 녹물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부식에 취약한 '아연도금 강관'이 수도관으로 주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수돗물 녹물 문제는 노후배관 교체가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나 콘크리트 구조체에 매립된 배관까지 교체하기가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것은 에너지 관련 문제다. '건축물이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의거 1992년 준공된 중부지역 아파트의 경우 거실 외벽 단열재 두께는 50mm 이상이다. 현재 기준인 '건축물의 에너지 절약 설계기준'에 따르면, 공동주택 거실 외벽에 190mm의 단열재를 사용해야 한다. 노후 아파트의 에너지 비효율을 가늠할 수 있는 수치다.

리모델링 사업은 재건축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정부의 규제가 덜하지만, 기존 구조물을 근간으로 평면을 재구성해야 되는 특수성이 있다. 이런 특수성을 배제한 채 신축 중심 제도 및 법령 등은 사업 추진에 다소 어려움이 있어, 몇 가지 개선사항이 수반될 필요성이 있다.

첫째는 리모델링 특별법 제정이다. 리모델링 관련 법령이 미흡하다 보니 업계 관계자들은 물론 허가담당자들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리모델링 협회를 통해 리모델링 특별법 제정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둘째는 효율적인 안전성 기준확립 및 인력풀 구축이다. 안전성 관련해 2번의 안전진단과 2번의 안전성검토, 건축 심의, 리모델링 허가(사업계획승인) 등 6번의 안전성 검토에 더해 착공 전 구조심의와 굴토심의라는 절차도 거치게 된다. 중첩되는 부분의 간소화와 안전성 검토 수행기관의 전문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셋째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다. 성남시의 경우, 조합 설립 시까지 전문가 지원이 이뤄지면, 조합당 20억원 자금지원과 안전성검토 및 안전진단비용 직접지원 등 체계적인 행정·재정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다른 지자체들이 면밀히 검토하고 참고할 만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끝으로 재건축과 리모델링은 경쟁적인 관계가 아닌 도시재생이라는 큰 틀에 존재하는 상호보완적인 사업임을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공동주택 노후화는 지금 당면한 현실이며, 노후화 정도와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민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방안이 필요한 때다. 재건축 추진으로 노후화를 개선할 수 있는 단지들을 제외하고, 노후화에 대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리모델링이다.

주거환경이 더 악화돼 돌이킬 수 없는 시기가 도래하기 전에 리모델링을 활성화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지금이다.

/오덕환 ㈜세종 코퍼레이션 대표이사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