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자꾸 건조해지는 병 ‘쇼그렌증후군’
[건강칼럼] 자꾸 건조해지는 병 ‘쇼그렌증후군’
  • 오택보 기자
  • 승인 2019.04.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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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바닥이 쩍쩍 갈라지는 것만 같은 현상이 몸에 생기는 병이 있다. 병명도 낯선 ‘쇼그렌증후군’이 그런 질환이다. 쇼그렌 증후군은 눈물샘과 침샘, 피부의 피지샘, 소화샘, 기관지샘, 질샘 등 외분비샘에 만성적인 염증이 일어나 분비물이 줄어드는 병이다. 인체내 면역계에 이상이 생겨, 외부에서 들어온 균을 공격해야 할 면역세포가 외분비샘 같은 체내 정상 조직을 공격해 생기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유전적 이유, 감염에 대한 이상 면역반응, 자율신경계장애, 호르몬 이상 등이 원인으로 생각되고 있으나 명확한 발병 기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쇼그렌 증후군은 어떤 연령대에서 나타날 수 있지만 주로 40~50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유병률 데이터는 아직 없으나, 국가별로 0.2~2% 정도의 환자가 있고, 이들 중 90% 이상이 여자 환자이다. 국민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기반으로 조사한 연구에서는 국내 쇼그렌 증후군 환자의 발병률은 연간 10만명당 2.3 명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여자 환자가 93.5%로 확인됐다.

쇼그렌 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은 눈과 입 안이 마르는 것이다. ‘눈에 모래가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나 안구통을 호소하고, 건조해지는 가을과 겨울이면 증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안구건조증이 심해지면 건조성 각결막염이 생기기도 한다.

구강증상으로 ‘건조하고 바싹 마른 입’, ‘목 안쪽이 타는 것 같은 느낌’, ‘물 없이는 음식물을 씹고 삼키기 어렵다’, ‘대화 중에 물을 마셔야’ 하는 등의 건조증을 호소하고, 양치를 해도 입 냄새가 나고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며, 잇몸염증과 충치도 잘 생긴다. 피부와 땀샘, 피지선의 분비가 줄면서 피부도 건조해지기도 하고, 소화액의 분비량이 감소되어 위염 등의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생식기의 분비량 감소로 성교 시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외분비샘 증상 외에도, 과도한 피로감을 겪거나, 관절염, 혈액학적 이상, 손끝이나 발끝의 감각이 둔해지거나 저리는 말초신경질환, 근육통, 신장질환, 폐질환 등 전신에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쇼그렌증후군의 증상이 다양하고 동시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아서, 자가항체 검사 및 안구나 구강 건조증 정도를 판단하는 검사를 시행하게 되고, 침샘 조직검사를 통하여 종합적으로 진단하게 된다.

일시적으로 입이나 눈이 마르는 증상은 흔하기 때문에 입이 마르거나 눈이 건조하다고 해서 쇼그렌 증후군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감기약과 일부 고혈압약, 이뇨제, 항우울제, 안정제는 입 안을 마르게 하는 성분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아, 먹는 약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경우도 많다. 하지만 입 안과 눈, 피부, 코 속 등이 마르고 소화가 잘 안되며 기침이 잦아지는 등의 증상이 3개월 이상 계속되거나 점점 심해진다고 느끼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쇼그렌 증후군은 완치 방법이 없다. 치료는 증상을 완화하고 합병증을 막는데 중점을 둔다. 증상은 천천히 나빠지면서 오래 가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의 꾸준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입 안이 마르는 것을 막기 위해 자주 물을 마시고 침샘을 자극하기 위해 레몬주스나 무설탕껌을 씹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안구건조와 구강 건조 등 외분비샘의 분비장애 증상은 인공 눈물, 인공 타액, 질 윤활제 등으로 분비물을 보충해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다. 충치와 잇몸 질환이 잘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치과 검진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주관적인 안구건조증이 없더라도 각결막염이 생겨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안과적 관리도 필요하다. 혈액검사에서 이상을 보이는 경우나 관절염이 동반된 경우, 항류마티스약물을 같이 복용하기도 한다.

온몸이 사막처럼 거칠어지고 마르는 쇼그렌 증후군, 아직 완벽하게 치료할 수는 없지만, 꾸준한 관리를 통해서 합병증의 발생을 줄이고, 분비샘의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가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사막의 단비처럼 질병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되기를 기대해본다.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고정희 교수

tboh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