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중에 가장 행사가 많은 가정의달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3050세대의 한숨이 깊어져 가고 있다.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성년의 날 등 기념일이 쭉 이어짐에 따라 추가 지출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 발표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5월에 지출하는 추가 비용이 평균 50만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기념일의 예상 추가 지출액은 어버이날이 평균 27만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어린이날 13만원 △스승의 날 5만원 △부부의 날·성년의 날 9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부모와 자녀 세대를 동시에 챙겨야하는 3050세대가 지출하는 비용은 더욱 커진다.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 이후 스승의 날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관행처럼 선물을 건네는 행위가 남아있다. 특히 자녀가 어린이집을 다니는 경우에는 청탁금지법 이후 달라진 점을 체감하기 어렵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의 부담은 이보다 더욱 커진다. 아이들의 장난감의 경우 유명 블록이나 로봇, 인형 하나에 10만원이 넘는 것도 천지다. 친구가 비싼 장난감을 사면 나도 갖고 싶은 게 아이들의 마음 아닌가. 이런 마음을 아는 부모들은 어쩔 수 없이 무리를 해서라도 원하는 장난감을 사주곤 한다.
하지만 어린이날이 비단 아이들의 날만은 아니다. 요즘은 성인이 된 청년세대마저 부모에게 의지하는 경향이 매우 짙게 나타난다. 실제로 지난 2월 발표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1046명 가운데 59.8%가 본인이 ‘캥거루족’이라고 답했다. 캥거루족이란 학교를 졸업해 자립할 나이가 됐는데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기대어 사는 젊은이들을 일컫는 용어다. 이미 성인이 된 이후에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의존하고 있는 젊은 세대까지 부담을 가중시키는 상황인 것이다.
어버이날 역시 모든 세대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카네이션 한 송이 꽂아드리며 감사인사를 건네던 시절은 끝났다. 어버이날 자녀에게 받고 싶은 선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압도적인 1순위가 용돈이다. 용돈 외에 공기청정기나 안마의자 등 고가 가전제품이 뒤를 이었으며 홍삼 등의 건강식품도 여전히 인기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념일이 언제부터 부담스러운 날이 돼버린 걸까? 감사함을 담아 꽃 한 송이, 편지 한 장으로 마음을 전했던 예전의 5월은 축제와도 같은 달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5월은 한숨부터 나오는 달이기도 하다. 직장인 월급에서 한 달 경조사비로 50만원 넘는 금액이 지출된다면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며, 크나 큰 부담감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시대가 변하면서 문화도 참 많이 바뀌었다. 어느새 우리 삶에 물질만능주의가 깊게 파고들어버린 것이다. 적은 돈으로 큰 감동을 전할 수는 없게 된 것인가. 그때가 그립다. 아 옛날이여.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