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비된 스튜어드십 코드 비판 제기…“의결권 행사 영향력 높여야”
미비된 스튜어드십 코드 비판 제기…“의결권 행사 영향력 높여야”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04.22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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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총수 이사 연임 부결에도 반대의결권 행사 안건 부결 부족”
수탁위 운영 지적도…“주총 이틀 전 수탁위 개최하면 시간 촉박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스튜어드십 코드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토론회. (사진=이성은 기자)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스튜어드십 코드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토론회. (사진=이성은 기자)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책임 원칙) 도입 이후 이뤄진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과정에서 미비한 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왔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스튜어드십 코드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이 같은 비판이 이어졌다.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인 김남근 변호사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첫 정기 주주총회 시즌인 지난달 대한항공에서 총수의 이사 연임이 최초로 부결됐다”면서도 “실제로는 국민연금의 반대의결권 행사가 안건 부결까지 연결된 경우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을 이끌어 내기 위해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의 영향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의 운영도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수탁위는 주요 상장회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 내역을 사전공시하기로 했고 수탁위가 결론 내리지 못한 의결권 행사 관련 사안은 기금운용위원회가 검토해야 하지만 해당 기업 주주총회 이틀 전에야 수탁위가 개최되는 등 시간이 촉박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주주총회가 열리기 최소 일주일 전에는 관련 수탁위가 개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의결권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 류영재 대표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주주권 행사는 지난달 주주총회 시즌에만 반짝 이뤄지는 게 아니라 연중무휴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단기적 투자수익만 극대화하는 전통적이고 적대적인 주주행동주의와 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의 전문성과 독립성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아직까지 국민연금은 정치·정무적 판단에 따라 주주역할을 하고 있다”며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에 대한 사내이사 선임은 반대했지만 현대엘리베이터 현정은 회장 이사선임에는 기권을 내던진 게 대표 사례”라고 말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국민연금의 전문성과 독립성 강화를 위해 국민연금공단을 총리실 산하 외청으로 분리하는 조직개편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상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장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에 준칙주의를 적용해 수탁위의 자의적인 결정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표결로 주요 사항을 결정하면 경제·정치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지키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원종현 국민연금연구원 부원장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문제는 지배구조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적극적인 운용의지와 선량한 관리자로서 의무를 얼만큼 착실히 수행하느냐의 의지로 보여져야 한다”며 “이를 위한 투명하고 공정한 주주권 행사의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