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의 0.6%만 “현역 때 소비 유지”
퇴직자의 0.6%만 “현역 때 소비 유지”
  • 전민영 기자
  • 승인 2019.04.2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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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생활비 적정비용에 못 미쳐... 은퇴 후 소비수준 절반으로 떨어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국내 국민연금 수급자의 은퇴생활 보고서’ 발간
(사진=하나금융경영연구소)
(사진=하나금융경영연구소)

KEB하나은행 소속의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국민연금 수급자(65세~74세) 65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퇴직 고령자의 0.6%만이 현역 시기의 소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국민연금 수급자의 대부분이 수입 감소로 생활수준이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수급자의 75.7%가 50만원 미만을 수급 받고, 100만원 이상을 수령하는 수급자는 5.3%에 불과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를 토대로 국민연금의 노후보장 역할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 ‘나는 상류층’ 인식하던 이들의 90% “은퇴 후 계층 하락 느껴”

설문 분석 결과 퇴직자의 절반 이상이 은퇴 전에 비해 생활 소비 수준이 50% 미만이라 답했다. 현역 때 소비의 30%에도 못 미친다는 비중도 15.8%에 달했다. 퇴직 후 생활소비 수준이 현역 시기와 비슷하다는 비중은 0.6%에 불과했다.

특히 은퇴 전 스스로를 상류층이라 인식했던 수급자의 81.3%가 은퇴 후에는 중산층으로, 6.3%는 저소득층으로 전락했다고 응답했다. 본인을 상류층이라 인식했던 10명중 9명 정도가 은퇴 후 계층이 하락했다 생각하는 것이다. 

◇ 노후준비, 일찍 시작하지만 실제 준비는 크게 부족

수급자의 절반 이상이 노후 자금을 50세 이전에 시작하고 있었지만 제대로 된 준비는 부족했다. 수급자의 12.8%는 30대 이전부터, 41.5%는 40대부터 노후를 대비해왔다. 

오래전부터 노후를 준비했지만 그들의 노후생활비용은 월평균 201만원으로 적정 생활비용(264만원)에 미치지 못했다. 보유 금융자산의 소진 예상 시기도 평균 82세로, 100세 시대를 대비하기 턱없이 부족했다. 이러한 상황 탓에 국민연금 수급자 62%가 국민연금 수급액 전액을 생활비로 지출하고 있었다. 

충분한 노후자금을 보유한 고령자 비중이 적은데도 남은 노후 생활자금 마련에는 소극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은퇴 후 자금원 마련 계획에 대해 수급자의 52.6%가 없다고 응답하고 33.8%는 자녀에게 기댄다고 답했다. 

저소득층의 62.3%는 자금원이 아예 없다고 응답해 향후 노후가 보장되지 않는 고령층의 비중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 자금 운용은 소득계층별 뚜렷하게 대비

노후 자금 운용은 소득계층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였다. 보유 금융자산이 많을수록 추가소득원으로써 연금을 선호했고, 보유 자산이 적을수록 비용절감을 위해 건강보험을 가장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소득수준에 따라 금융상품의 선호도가 뚜렷하게 대비됐다.
국민연금을 금융상품에 투자하거나 저축하는 비중은 27.1%에 불과했다. 수급자의 대부분이 연금을 생활비용으로 지출하기 급급하기 때문이다.

◇ 퇴직 후 소득활동 참여해 은퇴 모델 장기화

수급자 대부분은 퇴직했지만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은퇴하지는 않았다. 국민연금 수급자의 퇴직 후 소득활동 참가율은 42.3%로 제2의 경력을 이어갔다. 60대의 55.7%, 70대의 28.9%가 여전히 노동 시장에서 활동했다. 성별로는 남성의 62.8%, 여성의 21.8%가 은퇴 후 소득활동을 이어갔다. 

노동을 지속하는 이유는 단연 금전적 요인이 가장 컸다. 응답자의 56.8%가 경제력 부족을 원인을 택했으며 특히 생활비 마련이 47.3%로 가장 주된 요인이었다. 

삶의 보람 등 감성적인 요인도 큰 부분을 차지하며 뒤를 이었다. 소일거리 18.5%와 자아 실현 8.4%, 소속감을 느끼려고 9.1%, 보람을 느끼려고 7.3% 등 감성적 충족감을 추구하는 고령층 비중 또한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 지속적 소득활동 참가 중요…금융기관의 맞춤형 서비스도 강화돼야

비재무적 은퇴준비에 대해서는 73.5%가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국민연금 수급자가 가장 많이 준비하는 비재무적 은퇴 요소는 건강관리가 42.5%로 가장 높았다. 자기계발 29.5%, 사회교류 강화 23.1%, 여행계획 및 자금마련 20.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은퇴 후 비재무적 활동은 보유자산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보유 자산이 많을수록 사회교류와 취미활동 또한 많았다. 보유자산이 1억원 미만일 경우 자기계발, 사회교류처럼 당장 시간과 비용이 드는 활동보다 여행계획 수립, 건강관리 등 예비적 성격에 집중했다. 

이와 관련해  김지현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재 42.3%인 수급자의 소득활동 참가율을 최대한 끌어올려 경제력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자아실현을 통한 감성적 충족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차주필 KEB하나은행 연금사업본부 본부장은 “이번 설문으로 수급자의 소비생활과 노후자금 운용에 대한 실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며 “이를 토대로 연령별, 소득계층별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신아일보] 전민영 기자

myje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