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임금·합병 갈등 장기화 조짐
현대重, 임금·합병 갈등 장기화 조짐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04.2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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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적분할 설명회 개최해도 노조 “단순 생산기지 전락”
임금협상 상견례 앞두고도 합병 이슈 영향권서 온도차
(사진=현대중공업)
(사진=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은 최근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한 노조의 근로조건 악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설명회를 여는 등 설득작업에 몰두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노동조합과 임금협상 상견례를 앞둔 가운데,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두고 갈등을 거듭하는 형국이다.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다음 달 물적분할을 본격적으로 다룰 임시 주주총회를 모두 열지만, 적잖은 부담을 갖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다음달 31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회사를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가칭)과 사업회사인 현대중공업으로 분할한다. 이를 통해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과 함께 대우조선해양을 모두 거느리게 된다.

이에 노조는 “물적분할이 이뤄지면 앞으로 현대중공업은 단순 생산기지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까지 누적된 7조500억원의 부채도 현대중공업이 떠안게 돼 근로자 처우 개선이 어려워질 것이란 주장도 내놓고 있다.

노조의 이 같은 의혹 제기에 사측은 설명회 개최와 사내소식지를 통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설득 작업에 나섰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사측에서는 물적분할의 의미라든지, 물적분할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직원들에게 설명회를 갖고 있다”면서 “하지만 노조는 조합원들에게 설명회 자체를 ‘가지말자’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뿐 아니라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인수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투쟁 방향을 다각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대우조선 매각 저지 전국 대책위원회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수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대우조선을 헐값에 넘긴다며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또 대우조선해양 노조 측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부당하다는 주장이 담긴 영문 서한문을 세계무역기구(WTO), 유럽연합(EU) 등에 발송하기로 하는 등 압박의 수위를 높이며 여론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여기에 현대중공업은 다음달 초 노조와 임금협상 상견례를 앞두고 있다. 노조는 지난 17일 열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12만3526원을 인상과 함께 현대중공업지주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산정한 성과급 지급, 연차별 호봉승급분 격차 조정 등의 내용이 담긴 임금협상 요구안을 확정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임금 인상을 두고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물적분할을 놓고 노조와 대립을 이어가고 있어 교섭이 장기화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임금협상이나 단체협상은 지난 2014년에 크게 적자를 본 이후에 노사 간 그 해에 끝난 적이 단 한 번 밖에 없을 정도로 노사 간 의견 차가 컸다”면서도 “정황상 그렇게 (교섭 장기화로) 보는 시각이 있는 것 같은데, (그때) 가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