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택시기사는 왜 손님을 싫어할까?
[기자수첩] 택시기사는 왜 손님을 싫어할까?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9.04.21 13: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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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정도 됐을까? 평일 오후 5시40분쯤 저녁 약속 장소로 가기 위해 광화문역 근처에서 택시를 잡아탔다.

'빈차'라는 글자에 빨간 불이 켜져 있었고, 실제 택시 안에 다른 손님은 없었다. 택시기사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누군가와 전화통화 중이었다.

기자가 "숙대입구로 가주세요"라고 말하자 택시 기사는 손을 내저으며 "거기는 지금 못가요"라고 답했다.

"왜요?"라고 이유를 묻자 기사는 아무 대답 없이 하던 통화를 계속했다. 그리고는 50여미터 앞에 있는 택시 승차장에 차를 세웠다.

약속 시간이 임박해 서둘러 가야 했던 기자는 급한 마음에 영문도 모른 채 택시에서 내려야 했다.

황당한 방법으로 '강제 하차'를 당한 후 일단 택시 승차장 서 있던 다른 택시를 잡아탔다.

"숙대입구로 가주세요"라고 말하자 기사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어디요?"라고 물었다.

"숙대입구요"라고 답하자 기사는 대꾸 없이 택시를 출발했다.

숙대입구까지 가는 약 10여분의 시간 동안 운전은 거칠었고, 기사는 화나 보였다. 목적지는 뒷길 쪽이었지만 기사와 더 대화하고 싶지 않아 그냥 큰길에서 내렸다.

불쾌했지만 습관적으로 "고맙습니다"라고 말하고 택시에서 내렸다. 기사는 답이 없었다.

모든 택시기사가 이런 것은 아니다. 손님의 나이나 목적지, 성별과 관계없이 성심성의껏 인사하고 운전하는 기사도 많이 만나봤다.

그러나 그동안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너무 많은 택시기사가 불친절하다. 최근 택시와 관련한 여러 사회적 이슈들이 많았지만, 평균적인 서비스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건장한 30대 중반의 기자가 느끼는 불편함이 이 정도인데 노약자나 장애인, 외국인들이 택시로부터 받는 서비스는 어떤 수준일까?

간혹 택시업계는 기사에 대한 처우와 근무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서비스 개선이 어렵다는 핑계를 대기도 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일 수 있지만, 정당한 비용을 지급하는 승객이 지금 당장 불쾌함을 감수해야 할 이유를 찾기도 어렵다.

이런 하소연이 자칫 성실하고 친절한 기사들의 사기마저 꺾지는 않길 바란다. 그러나 오랜 시간 개선되지 않는 서비스의 질 문제는 택시업계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인 것은 확실하다.

택시업계를 위기로 몰아넣는 것은 카풀과 같은 외부적 요인이기보다 쉽게 고쳐지지 않는 업계 내부의 고질병일 수도 있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