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바꿀 것인가 맞출 것인가
[사설] 바꿀 것인가 맞출 것인가
  • 신아일보
  • 승인 2019.04.17 17: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생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듯이 세월이 흘러가면서 한두 번쯤은 맞닥뜨리게 되는 것 중 하나는 ‘바꿀 것인지, 맞출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한 시대를 함께하는 사람과 사회는 이 문제를 두고 반목하거나 암묵적으로 자기 합리화를 통해 합의를 보곤 한다. 특히 큰 재난·재해가 발생하거나 사회·경제적 격변기가 닥치면 이런 현상이 더욱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우리 전통문화 중 한옥의 아름다움을 일컫는 여러 요소 중 지붕 처마의 선을 으뜸으로 꼽곤 한다. 그러데 그 지붕에 얹혀있는 기와를 보고 있노라면 세월의 아름다움과 말로 형언하기 힘든 어떤 미학이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조선시대 전통 수제기와 제작기법을 전승한 고 한형준 제와장(기와를 만드는 장인)은 그 아름다움을 ‘꿩알색’이라는 색과 빛의 미학으로 표현했다. 그는 생전에 “그 빛은 아침, 점심, 저녁때가 다르고, 비 오는날, 맑은 날이 다르고, 계절마다 다르다. 가스가마에서 구워낸 기계기와의 검은색과 비교할 수 없는 근사한 색”이라고 예찬했다. 그가 작고하기 전까지 진행하던 일이 2008년 화재로 복원 중이던 숭례문의 기와를 전통방식으로 총괄하는 일이었다.

본래 문화재라는 것은 세월을 따라 기와 한 장의 빛과 색마저도 세월의 옷을 입고 우리 곁에 자리하게 된다. 2005년 양양산불로 소실된 낙산사나 숭례문을 전통 기법으로 최대한 복원한들 시간이 덧 입혀진 그 가치를 대신할 수는 없는 것이니 잘 지키는 것이 최선이다.

최근 프랑스의 자존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던 노트르담 성당에 화재가 발생했다. 프랑스인들의 문화재와 예술품에 대한 자부심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인데, 한순간의 실화로 온 프랑스인들이 충격에 빠진 모습니다. 그들의 문화재를 대하는 정성을 감안하건데 수십 년을 쏟아 부어서라도 복원에 정성을 쏟을 것이 자명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노트르담 성당은 인류의 보물이며, 우리 모두의 상실”이라며 유감을 표했고, 즉각 우리 문화재청도 유감표명과 함께 국내 문화재에 대해 긴급 점검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다음날부터 일부 지자체와 소방서에서는 문화재 방재 및 현장적응 훈련 등을 즉각 실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목조 문화재가 대부분인 우리의 현실을 볼 때 평소 대응 훈련의 중요성은 차고 넘칠 일이다. 다만 맞춰나가는 듯 하는 모양새가 조금 씁쓸하다.

문화재 보존을 위한 재해 대비에는 관리체계가 일원화 돼야 하고 전국 공통의 매뉴얼에 따라 관리나 대응 훈련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이 조속히 시행되고, 문화재 보존과 복원에 대한 체계화된 중장기 방안을 이제 제대로 갖춰나가야 할 때다. 이슈에 민감하게 맞춰나가기 보다 바꿔나가야 한다.

[신아일보]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