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생존자 "세월호가 지겹다는 당신에게"
삼풍백화점 생존자 "세월호가 지겹다는 당신에게"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4.16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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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열린 '제5주기 세월호 참사 추모행사-다시 봄, 희망을 품다'에서 노란 리본을 형상화한 스카프를 목에 두른 학생들이 합창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열린 '제5주기 세월호 참사 추모행사-다시 봄, 희망을 품다'에서 노란 리본을 형상화한 스카프를 목에 두른 학생들이 합창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 일에 대해 '지겹다. 그만하자'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나도 당신들도 아니고 사고를 겪은 당사자들이다. 이 시대를 사는 어른들은 그 일에 대해 아무 말도 해서는 안 된다."

삼풍백화점 참사 생존자가 일부에서 나오는 '세월호 추모가 지겹다'는 반응에 일침을 가해 주목받고 있다.

최근 딴지일보에 자신을 삼풍백화점 참사 생존자라고 밝힌 누리꾼(필명 '산만언니')은 '세월호가 지겹다는 당신에게, 다시, 삼풍 생존자가 말합니다'란 글을 기고했다.

이 누리꾼은 지난해 4월에도 '세월호가 지겹다는 당신에게 삼풍 생존자가 말합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던 인물이다.

최근 기고한 글에서 누리꾼은 우선 그간 13회에 걸쳐 '저는 삼풍백화점 생존자입니다'라는 글을 썼을 때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누리꾼은 "(당시) 글이 이슈가 되자 이른바 극우 세력이라는 사람들이 페북(페이스북)에서 내 글을 가지고 조롱하고 또 공개적으로 나를 고소하겠다고 했다"면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까지 찾아와 삼풍사고 생존자임을 밝히라는 등의 악플을 달았다"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해 그는 "사실 어떤 종류의 불행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짐작조차 할 수 없다"면서 "어떤 종류의 상처는 평생 아물지 않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누리꾼은 "세월호라는 과적 괴물을 만들고, 그 배가 수학여행 가는 아이들과 여러 귀한 목숨을 싣고 출항하게 만들고, 기어이 그 배가 망망대해로 떠 밀려가 바다 밑으로 가라앉게 만든 세상을 만든 사람들, 이 시대를 사는 어른들은 아무 말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일으킬지 잘 모른다"면서 "그 일(세월호 참사)에 대해 ‘지겹다. 그만하자’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나도 당신들도 아니고 사고를 겪은 당사자들"이라고 꼬집었다.

누리꾼은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마음도 전했다.

그는 "더는 죄인처럼 살지 말라. 당신들 잘못은 아니라고, 당신들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라며 "나 역시 그럴 테니 하나씩 하나씩 억지로라도 우리 그 기억에서 벗어나자고. 그렇게 부탁하고 싶다"고 당부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