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집권 3년차에 들면서 새로운 집권후반기를 다지기 위한 전반적 고위인사 물갈이를 진행 중이다. 청와대 참모진을 필두로 내각, 중안선거관리위원장, 헌법재판관 등 최고 정치권력과 직결되는 요직의 정비다. 시간과 정치사회적 상황이 변하니 이에 응당한 조치라고 할 것이다. 대통령의 막중한 국정책임을 수행하도록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고유 인사권의 행사다.
인사는 만사(萬事)라는 말도 있고 인사가 망사(亡事)라는 말도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만사는 형통으로 이어지고 망사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전조다.
지명된 장관후보자 중 2명이 자진사퇴와 지명철회로 낙마했고, 2명은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강행 했다. 또 대통령이 지명한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국회청문보고서 채택을 두고 여야가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맞서고 있다. 민생법안이 산적한 4월 임시국회가 개점휴업 상태지만 청와대는 보고서 채택 없어도 임명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는 형국이다.
대통령의 고민이 엿보인다. 출범이후 국회 청문 대상자인 장관급 이상 12명을 보고서 없이 임명을 강행 했다. 이를 두고 여야의 정략과 정치공세가 극단의 대치중이다. 매끄럽지 못한 문재인정부의 3년차 인사가 난기류에 든 것은 확연하다.
문제는 그 난맥의 근원이 부실이나 은폐 검증의 문제인가, 검증결과에 대한 인식수준의 문제에 있는 가를 따져 볼 필요가 크다. 결론부터 말하면 후보자 당사자가 문제이고, 검증이 다음이며, 인사를 책임진 참모진의 대한민국 최고정책과 국가의 기강을 책임지는 인물에 대한 능력과 자질 그리고 국민동감에 대한 인식수준이 치명적 문제다.
고위공직후보자에 오를 정도면 자신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자신이다. 그리고 그 길을 함께 한 가족이다. 후보자 검증의 질문항목이 200개다. 이 중에서 재산관련 항목은 40개나 된다. 직무윤리가 33개, 사생활이 31개, 납세 등 금전에 관련된 문항 26개다. 기타 항목도 자신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조항이 많다.
그런데 나는 몰랐다고? 남편이 어머니가 부인이 다해서 나는 모르는 일이다. 이들에게는 가정과 가족은 없고 일과 출세만 있는 초능력자들인가. 재산, 사생활, 직무윤리 및 금전과 경제문제는 우리사회의 윤리와 도덕의 줄기를 이루는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바보여서 독배를 마셨던가. 우리는 지금 제 일만 아는 로봇 고위공직자가 아니라 사람공직자를 원하는 것이다.
검증에 문제가 없다고 하고 임명에는 법적 하자가 없다고 한다. 비서실장이 주관하고 관계수석과 10여명의 인사비서관들이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한다. 감사원 등 이 나라 최고의 10여개 기관의 날고 기는 베테랑들이 수집하고 정선한 유리알 자료와 후보자에 대한 면담, 평판, 탐문 결과를 놓고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부실검증이 끼일 틈이 있을 수가 없다. 있다면 가벼운 은폐나 집단 부주의가 있을 뿐이다.
위법조항에 걸리지 않으면 그만이고. 법적 하자가 없으니, 고유의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공직자의 위법성 없는 재산증식이 무엇이 문제인가.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법에 정한 위법사항이 아니면 처벌 받거나 불이익 당하지 않는 자유민주주의 법치국가이다. 문제는 결과에 대한 인식수준의 문제이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다’라고 한 옐리네크의 명제가 새롭다. 대통령은 함께하는 참모의 인식수준을 넘기 어렵다. 하지만 40억대 주식을 하루아침에 팔고 사며 대법관직을 흥정한다는 주변의 숙덕임에 마음이 아프다. 조국(曺國)을 지키는 것이 조국(祖國)을 지키는 것이냐고 극단적 항변이 들리는 우리의 현실은 더 가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