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흐드러진 봄이 왔다. 누군가에게는 하얀 꽃망울이 아름답게만 보이는 벚꽃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픔을 기억하게 하는 무기인 벚꽃의 계절 말이다.
그때도 그랬다. 벚꽃이 만발한 따스한 날, 길가마다 하얀 꽃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예쁜 봄날, 우리는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될 끔찍한 사건과 마주하게 됐다.
2014년 4월16일 그날의 울부짖음을 기억하는가. 시간이 지나도 잊혀 지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선명해지는 아픈 기억이다.
그로부터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지난 5년 동안 ‘잊자말자’, ‘기억하자’ 다짐하며 ‘안전한 사회’ 만들기에 열을 올려왔다.
이런 노력의 결과는 어디쯤 와있는 것일까. 현재 우리사회의 안전의식은 5년전 과 비교했을 때 더 나아졌다고 자평할 수 있을까.
어떤 이들은 말한다. 단순 교통사고인데 5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질질 끌며 추억팔이 한다고. 이제 그만하라고, 지겹다고, 정부로부터 더 뜯어내고 싶은 것이 있냐고.
하지만 유가족들은 아직 멈추지 못한다. 또 그들과 함께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지난 주말 저녁 광화문에 모인 2만여명은 촛불을 들고 ‘특별수사단’ 설치를 주장하고 있었다.
현재도 특별조사위원회가 있지만 그들에게는 수사권이 없다. 수사권이 없으니 진실규명이 더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특조위에 수사권을 부여하던지, 수사권을 가진 특별수사단을 설치해 달라는 것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진부한 긴 싸움으로 보일 수 있다. 적어도 한번쯤은 ‘이제 멈춰도 된다’고 생각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의혹은 계속되고 진실을 밝혀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최근 제기된 CCTV 조작 등의 의혹들을 보면 지금까지 해왔던 의심이 합리적인 의심이었음을 증명하기도 한다.
세월호 5주기가 다가오면서 잠잠했던 언론들도 다시 의문을 제기하며 그날을 기억하고 있다. 목포 팽목항이나 안산, 광화문 등에는 다시 노란 물결이 일고 있다. 그날 그 배에 함께 올랐다가 살아남은 친구들은 힘들지만 그날을 기억하며 입을 열고 있다.
세월호의 진실은 무엇일까? 그 진실을 규명하는 과정에 있어 정치적인 싸움이 있어야만 하는 것일까? 은폐한 것이 없다면 정치적 싸움도 필요 없다. 다만 하루빨리 진실을 규명하고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하늘나라로 떠난 304명의 넋을 위로하고 같은 실수를 번복하지 않겠다는 그런 의도에서의 진실규명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진실규명 가운데 은폐가 있었다면 엄벌해야 하지만, 세월호가 정쟁의 도구로 쓰여서는 절대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신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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