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50대기업 해부4] 구광모 중심 LG…재도약 발판 마련
[신아-50대기업 해부4] 구광모 중심 LG…재도약 발판 마련
  • 나원재 기자
  • 승인 2019.04.1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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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발 빠른 조직 탈바꿈…4차 산업혁명 맞서 정면 돌파 집중
이사회 분리하면서 투명경영 강화, ICT 주요 계열사 중심 변화 주문
LG 여의도 트윈타워. (사진=신아일보)
LG 여의도 트윈타워. (사진=신아일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 맞춰 또 한 번 도약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각 기업은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 사업의 역량을 끌어올리는가 하면,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본지는 국내 50대기업의 근황을 차례로 살펴보고 각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짚어본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총자산 22조8000억원, 재계 4위인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을 중심으로 주요 계열사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에 집중할 전망이다.

특히 LG화학은 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업의 호황이 예상되고 LG유플러스는 5세대(G) 이동통신 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하면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큰 기회를 맞았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안정적인 경영승계 작업을 완료한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을 중심으로 젊고 발 빠른 조직으로 거듭날 것으로 풀이된다. 구 회장은 그룹 정점에서 경영능력 검증 시험무대에 올라선 가운데, 큰 틀에서 시장 선점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이어나갈 것이라는 전망도 뒤따른다.

◇4세경영 본격화…안정적인 지분으로 공격투자 예고

지난해 6월 그룹 지주사인 ㈜LG의 대표이사 회장에 오른 구광모 회장은 4세경영을 본격화했다. 구광모 회장은 선친인 고 구본무 전 회장의 주식을 물려받았다. 고 구본무 전 회장이 보유했던 주식 11.3%는 구광모 회장과 장녀 구연경씨, 차녀 구연수씨에게 각각 8.8%, 2.0%, 0.5%로 분할 상속했다.

이에 따라 구광모 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6.2%에서 15.0%로 증가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구광모 회장은 약 7000억~9000억원대로 예상되는 상속세를 앞으로 5년간 여섯 차례에 걸쳐 분할 납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LG는 구 회장을 포함한 친인척이 총 44.0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구 회장은 15.0%의 지분으로 최대주주며 구본준 부회장이 7.72%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외 LG연암문화재단은 0.33%, LG연암학원은 2.13%의 지분을 보유 중이며, 국민연금공단은 6.56%로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 의결권 행사지침)를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섰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을 중심으로 발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췄다. 구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장에서 관련 계열사에 변화를 주문하면서 미래 경쟁력을 제고할 것으로 풀이된다. (LG그룹 지배구조=LG)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을 중심으로 발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췄다. 구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장에서 관련 계열사에 변화를 주문하면서 미래 경쟁력을 제고할 것으로 풀이된다. (LG그룹 지배구조=LG)

㈜LG는 그룹 정점에서 주요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도 높다. ㈜LG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핵심 계열사인 LG전자에 대해 33.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LG화학과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에 대해 각각 33.3%, 34.0%, 36.0%의 지분을 확보했고, LG CNS와 LG상사는 각각 85.0%, 24.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LG그룹은 지난 2월 서브원을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했다. 서브원은 지난해 12월 물적 분할을 통해 구매대행(MRO) 사업 부문의 사명을 서브원으로, 나머지 존속법인을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은 서브원의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60.1%를 6020억원에 매각하고, 나머지 39.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서브원 지분 매각은 그룹의 MRO 사업 의존도를 벗어나면서 일감몰아주기를 해소하는 동시에 구 회장의 상속세 재원마련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LG그룹은 앞서 지난 2015년 종합 물류기업 판토스를 계열사에 편입했고, 구광모 회장 등 총수일가는 당시 판토스 지분 19.9%를 매입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LG화학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LG와 전자, 화학, 상사 등이 판토스와의 거래에서 사익편취 여부다. 구 회장은 공정위 조사에 앞서 판토스 지분을 매각했지만, 판토스 성장 배경에 LG화학이 기여한 공이 적지 않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같은 맥락으로 LG그룹은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서브원의 MRO 사업을 매각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등 사익편취 규제 대상은 상장사는 30% 이상, 비상장사는 20%의 총수일가 지분이 있을 경우에 해당된다.

구본준 ㈜LG 부회장의 거취도 관심 대상이다. 그룹 2대 주주인 구 부회장은 지난달 LG전자와 LG화학 주총서 등시이사에서 물러났고 이달부터 고문만 맡게 됐다. 구 부회장은 형인 고 구본무 회장 타계 전부터 형을 대신해 그룹을 대표했지만,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구광모 회장 체계가 본격화하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LG그룹의 경영권 승계 원칙에 따라 구 부회장은 보유 중인 지분을 팔아 계열사를 사서 독립하거나, 신규 사업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까지 움직임은 없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구 부회장은 범 LG가의 주요 그룹 지분을 사서 독립하거나, 현재 LG그룹 내 계열사를 독립 경영할 수 있는 등 경우의 수는 다양하다”면서도 “LG그룹 내 핵심 계열사를 운영할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자동차 전장·배터리, 5G 생태계 확장에 ‘사활’

구 회장은 취임 후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를 분리하면서 투명경영을 강화한 가운데, 평소 정보통신기술(ICT)에 큰 관심을 보인 만큼 4차 산업혁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주요 계열사에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자동차 전장(VS)사업과 전기차 배터리 사업과 직결된 LG전자와 LG화학, 핵심 기반인 5G 통신기술을 보유한 LG유플러스를 대상으로 집중적인 투자를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LG전자는 전장사업에서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LG전자는 전장사업 기술 개발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개발이 한창이다.

LG전자는 지난해 VS사업본부에 1조70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집행했다. 이는 매출 규모가 5배 가량 높은 생활가전사업부(1조1436억원) 보다 큰 금액이다.

LG전자는 국내 완성차 업체에 올레드(OLED) 디스플레이와 인공지능(AI)형 차량관리 시스템 등을 탑재하고, 해외 유명모델 신차에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공급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LG전자는 최근 AI 기반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개발을 위해 이스라엘 AI 음성인식 플랫폼 오디오버스트(Audioburst)에 투자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MS)와도 AI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핵심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 공략 등을 강화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아시아 기업 중 처음으로 폴란드에 배터리 셀 생산 공장을 짓고 해외 유수 브랜드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가운데, 중국 시장 진입 가능성도 높였다.

최근 중국 공업신식화부는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를 탑재한 둥펑르노의 전기차 4종에 대한 보조금 형식을 승인했다. LG화학은 공업화신식부가 5월 발표하는 최종 목록에 포함되면 중국시장에서 보조금을 받는 형태로 시장 진입을 할 수 있는 물꼬를 틀 수 있다.

LG화학은 오는 2020년 자동차용 전지 생산능력을 90GWh까지 확대한다는 계획도 10~20% 확대할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문을 연 중국 남경 전기차 배터리 2공장의 경우, 오는 2023년까지 2조1000억원을 투자해 50만대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확장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특히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5개 계열사가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출자한 펀드 운용사 ‘LG 테크놀로지 벤처스’는 해외 스타트업 5개 업체에 1900만달러(약 216억5000만원)를 투자했다.

구광모 LG 회장. (사진=LG그룹)
구광모 LG 회장. (사진=LG그룹)

LG 테크놀로지 벤처스가 투자한 회사는 △모빌리티 공유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라이드셀(Ridecell) △차세대 리튬 이온 배터리와 광학 필름 관련 기술을 보유한 옵토탓(Optodot) △가상현실(VR) 플랫폼 서비스 스타트업 어메이즈브이알(AmazeVR) △리법 제공과 식재료 배달 서비스 플랫폼 업체 사이드쉐프(SideChef) △모바일 등 벤처투자 회사 노틸러스 벤처 파트너스(Nautilus Venture Partners)다.

이번에 투자한 해외 스타트업의 면면을 살펴봐도 LG그룹은 LG전자, LG화학, LG유플러스 등 주력 계열사의 미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LG유플러스의 경우,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그룹 내 ‘만년 3위’란 꼬리표를 떼기 위해 관련 콘텐츠를 지속 강화하면서 생태계 확장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또 다른 재계의 한 관계자는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을 중심으로 가장 큰 변신을 시도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며 “구 회장이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과 LG유플러스 부회장을 역임한 권영수 ㈜LG 부회장을 신임한 것도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본지는 다음 편에서 롯데그룹의 미래 경쟁력을 살펴볼 예정이다.)

nwj@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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