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수산물 분쟁' 승소…韓日 외교전 우려도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 승소…韓日 외교전 우려도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4.1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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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日 '수입금지 해제 요구' 일축…분쟁엔 '선긋기'
12일 서울의 한 수산시장의 수산물 원산지 표시. (사진=연합뉴스)
12일 서울의 한 수산시장의 수산물 원산지 표시. (사진=연합뉴스)

한국이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에서 승소했다. 무역분쟁의 최종심 격인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가 항소심에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타당하다고 결론낸 것.

이에 우리 정부는 일본의 수입 금지를 현행 그대로 유지하는 한편, 앞으로 후쿠시마 인근 바다로 방사능에 오염된 물이 배출되는데 대한 정보도 일본에 요구할 방침이다.

반면 일본 정부는 항소심 결과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재개를 요구할 것으로 보이고 있어 일각에선 이번 문제가 외교분쟁으로 비화할 우려가 나온다.

WTO 상소기구는 11일(이하 현지시간) 1심 격인 분쟁해결기구(DSB) 패널 판정을 뒤집고 한국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가 타당하다고 최종 판결했다.

이는 지난해 2월 한국의 수입 규제 조치가 WTO 위생 및 식물위생(SPS) 협정에 불합치 된다는 1심의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SPS 관련 분쟁에서 1심 결과가 바뀐 것은 처음이다.

상소기구는 1심에서 일본의 손을 들어줬던 핵심 요인을 모두 뒤집었다. 한국의 수입금지 조치가 자의적 차별에 해당하지 않으며 부당한 무역 제한도 아니라고 본 것이다.

여기에는 우리 정부가 상소하면서 추가로 제시한 ‘상식적인 수준의 환경 유해성’, ‘환경 유해성이 식품에 미치는 영향’ 등이 주효하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우리 정부는 2심에서 대형 원전사고 발생 지역의 환경적 특수성이 식품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인 데이터로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소기구는 문제가 된 조항 3개와 부속서 등을 살펴본 결과 일본보다는 한국의 설명이 설득력 있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상소기구는 한국 정부가 수입금지 조처와 관련해 일본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절차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일본의 손을 들어줬다.

상소기구의 결정으로 2013년 9월 후쿠시마현을 포함한 인근 8개 현에서 잡힌 28개 어종의 수산물에 대해 내려진 수입금지 조처는 계속 유지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상소기구의 판단에 유감을 표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진정으로 유감이다. 상소기구의 보고서 내용을 분석해 향후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수입금지 해제를 계속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고노 외상은 "한국에 대해서 조처의 철폐를 요구해 가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면서 "보고서를 토대로 한국과 협의해 조처의 철폐를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우리 정부는 일본의 수입 금지 해제 요구를 일축하고 나섰다. 윤창렬 사회조정실장은 "우리는 판결대로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정해관 산업부 신통상질서협력관도 "우리의 조치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정당한 안전을 지키기 위한 차원"이라면서 "WTO도 정당한 조치라고 인정했다"고 평가했다.

양국의 입장차가 확연하게 벌어지면서 외교계에서는 이번 문제가 가뜩이나 사이가 좋지 않은 한일 관계의 전반적인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에 대해 윤 실장은 "(이번 건은) 무역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양국 갈등에 대해) 말하기는 적절치 않다"며 "무역 갈등은 없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본은 이번 소송을 통해 단순히 몇몇 수산물을 넘어 자국 식품 전체에 대한 우리 정부의 강력한 검역 절차를 문제 삼은 것으로 볼 때 당분간 양국의 신경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