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보험'에 함정있다
'미세먼지 보험'에 함정있다
  • 권가림 기자
  • 승인 2019.04.11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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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사진=연합)

중국발 오염물질 유입과 국내 대기정체가 맞물리면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미세먼지에 대비하는 보험 출시 경쟁이 점화된 모양새다. 하지만 기존에 출시된 담보 중 일부만 골라 미세먼지 보험으로 새 옷을 입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과 DB손해보험 등은 미세먼지 보험을 앞세운 상품을 내놓았다.

흥국생명은 미세먼지로 인한 귀, 코, 호흡기 질환을 보장하는 미니보험 ‘흥국생명 온라인들숨날숨건강보험’을 선보였다. 후각특정질환 수술급여금과 이비인후과질환 수술급여금, 폐암진단급여금 등을 보장한다. 가입 나이는 19~50세이며 보험기간은 1년이다.

DB손보의 ‘굿바이 미세먼지 건강보험’은 미세먼지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6대 질환(편도염·축농증·급성상기도염·인후질환·특정후각질환·백내장)과 심혈관 질환, 폐암 등의 수술비를 보장받을 수 있다. 호흡기와 눈 질환으로 수술을 받을 경우에는 10만~50만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심혈관 질환(협심증·심근경색증) 수술에는 300만원, 폐암 진단은 1000만원의 보험금을 받는다.

일각에선 미세먼지 전용 보험이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담보내용을 보면 기존 실손보험과 별반 다르지 않거나 다른 보험사들도 이미 취급하는 담보에 ‘미세먼지’란 이름만 넣었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미세먼지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축농증과 편도염 등에 걸리더라도 진료비 등을 지급 받을 수 있다”며 “호흡기질환 등에 대한 보장은 실손보험에서도 가능해 특화보험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의 배경에는 미세먼지가 해당 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지 입증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미세먼지 유발 질병이어도 그 원인이 미세먼지 탓인지 인과관계가 명확히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과정 없이 호흡기질환이나 안구 질환 등에 대한 보장으로만 구성됐다는 것이다.

미세먼지가 언제, 얼마만큼 날아올지 모르는 불확실성으로 보험사 입장에선 손해율 측정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영유아기에 미세먼지로 인한 질병 발생이 늘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어린이보험용 호흡기질환 관련 특약도 호흡기 관련 질환을 묶어 입원 등을 보장하나 질환 발생 원인은 고려하지 않았다. 

이에 다른 보험사들은 소비자들과의 분쟁만 늘어날 수 있다며 미세먼지 보험 판매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출시된 미세먼지 상품들을 보면 이름만 미세먼지가 들어갔지 특화 보험이라고 할 수 없다. 마케팅 차원에서 상품 이름에 미세먼지를 넣었을 뿐 결국 호흡기 건강보험이다”며 “이런 보장은 다른 보험사들도 취급하고 있다. 미세먼지 보험 보장 내용, 조건 등을 현실적으로 명시한 상품을 출시하기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kgl@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