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구멍' 블랙홀, 사상 처음 관측 성공
'우주의 구멍' 블랙홀, 사상 처음 관측 성공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4.1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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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년만에 '일반상대성이론' 입증…과학계 '열광'
사상 최초로 공개된 초대질량 블랙홀 M87의 모습 (사진=EHT 홈페이지)
사상 최초로 공개된 초대질량 블랙홀 M87의 모습 (사진=EHT 홈페이지)

빛을 포함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우주의 검은 구멍' 블랙홀의 실제 모습이 촬영됐다.

과학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했지만, 누구도 본 적은 없었던 일종의 '상상도' 블랙홀이 과학자들이 실제 관측 연구의 영역으로 들어온 역사적인 순간이다.

유럽남방천문대(ESO)는 10일 오후 10시(한국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전 세계 13개 기관이 협력한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EHT) 프로젝트'의 관측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연구진은 전 세계 8개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한 지구 크기의 전파간섭계를 구성해 초대질량 블랙홀 관측에 성공했다.

연구진은 사실상 지구 전체 규모의 거대한 가상 전파망원경으로 활용해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을 관측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관측 대상은 거대은하 M87였다. 이는 지구에서 5500만 광년 거리에 있는 처녀자리 은하단에 속한 블랙홀로, 질량이 태양의 65억 배, 지름은 160억㎞에 달한다.

연구팀은 블랙홀 경계를 지나는 빛이 휘어질 때 블랙홀의 윤곽이 드러나는 점에 주목해 지난 2017년 4월 5일부터 9일간 관측을 진행했다.

이후 연구진은 각각의 전파망원경이 동시에 같은 블랙홀을 관측해 보내온 자료를 분석하고 여러 번의 보정, 영상화 작업 등을 통해 M87의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의 '그림자'를 관측했다.

블랙홀의 그림자를 관측하는 데 성공한 연구진은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원본 데이터를 최종 영상으로 변환했다.

블랙홀은 빛조차 탈출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중력을 가진 천체다. 18세기 처음 블랙홀의 개념이 등장했다.

하나의 블랙홀은 은하 전체의 물질을 중력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정도로 막대한 에너지를 지녔다.

블랙홀이 가지고 있는 중력은 매우 강해 빛조차도 빠져나올 수 없다. 이 때문에 블랙홀 자체를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왔다.

하지만 연구진은 블랙홀 주변에 있는 블랙홀의 안과 밖을 연결하는 넓은 경계지대인 '사건의 지평선'(horizon of event)에 주목해 블랙홀 관측에 성공했다.

블랙홀의 모습과 크기, 질량 등이 실제 관측됨으로써 큰 질량 주변의 시공간은 왜곡된다는 1915년 발표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실제로 입증됐다.

블랙홀의 관측이 성공하자 과학계는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손봉원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본부 책임연구원은 "이번 결과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궁극적인 증명이며, 블랙홀을 실제 관측해 연구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임명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지구 규모의 전파망원경, 최고의 '돋보기안경'이 있어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며 "짧은 파장을 이용할수록 해상도를 높일 수 있는데, 이것도 관측 성공의 요인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