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한항공, 신뢰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기자수첩] 대한항공, 신뢰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04.1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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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항공업계의 큰 별이 졌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8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현지에서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관련업계 안팎에서 나온 말이다.

고(故) 조 회장은 지난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45년 간 재직하며 인정받는 경영인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지난 1969년 창업주이자 조 회장의 아버지인 고 조중훈 회장이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하며 출범한 대한항공은 현재 166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43개국 111개 도시를 오가는 대형항공사로 우뚝 섰다.

그만큼 사회적 책임도 커졌다.

조 회장은 지난 2014년 3월 창립 45주년 기념사에서 “한진그룹의 창업이념인 ‘수송보국’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국가에 대한 기여를 함축한 표현”이라며 “봉사와 실천을 통해 사회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는 공동체의 일원이 돼야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회장의 이 같은 바람은 가족들의 ‘갑질’ 파문으로 공허해졌다.

조 회장이 ‘사회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강조했던 같은 해 12월 조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이른바 ‘땅콩 회항’으로 불리는 항공기 회항 사건을 일으키며 가족들의 ‘갑질 논란’이 시작됐다.

지난해에는 조 회장의 차녀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이 도마 위에 올랐다. 또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도 운전기사 등 직원들에게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던 일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비판을 면하지 못했다.

이처럼 조 회장 일가를 향한 사회적 여론이 나쁘게 흘러가자 조 회장의 경영권마저 흔들리게 됐다. 결국 지난달 27일 열린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며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지 20년 만에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게 됐다.

총수 일가의 ‘갑질 파문’이 나비효과가 돼 사회적 비판을 넘어 경영권 위협으로 이어진 모양새다.

이제는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경영권 승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상속세와 국민연금 등의 견제로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대한항공이 3세 경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앞서 조 회장이 남긴 “사회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는 공동체의 일원”이란 말을 되새겨야 할 때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