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르노삼성車 노사, 고용환경 두고 갈등 심화
기아·르노삼성車 노사, 고용환경 두고 갈등 심화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04.1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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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신차 해외 생산 중단과 전화배치 합의 나섰지만 사측 거절
주요차 생산 차질 불가피…국내 자동차 산업 공멸 우려도
기아자동차 '텔루라이드'(사진 위)와 부분 파업으로 작업이 멈춰있는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모습. (사진=각 사)
기아자동차 '텔루라이드'(사진 위)와 부분 파업으로 작업이 멈춰있는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모습. (사진=각 사)

국내 완성차업계 노동조합이 최근 단체협약에서 고용불안을 이유로 안정적인 고용환경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과의 마찰은 깊어지고 있다.

10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기아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 노조는 각각 신차 해외 생산 중단과 전환배치 규정을 노사 간 협의에서 합의하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노조 측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 1일부터 시작한 정기 대의원대회의 안건 68개 가운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텔루라이드’와 ‘SP2’의 해외 생산 중단을 요구하는 안건을 포함시켰다.

당초 북미전용으로 개발·생산될 계획이었던 텔루라이드는 미 현지에서 지난달 출시됐으며 현재 미국 조지아공장에서 생산 중이다. 올해 기아차의 유일한 신차이자 신흥국 전략 모델인 SP2는 오는 7월부터 국내에서 생산하고 9월부터는 인도공장에서 병행 생산될 예정이다.

이에 기아차 노조 측은 국내 물량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내 생산을 요구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측이 이 같은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을 전망이다.

사측은 단체협약에 따라 지난달 노조 집행부에 텔루라이드를 북미 전용으로 개발·생산한다는 계획을 설명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소형 SUV SP2도 오는 7월부터 국내 생산하고 9월부터 병행 생산한다는 계획을 이전 노조 집행부와 사측이 협의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노조가 사실상 사측이 수용하기 힘들다는 점을 알면서도 국내 물량 확보를 위해 원론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달 28일부터 시작한 2차 집중교섭에서 작업 전환배치 합의 등을 놓고 노사가 갈등을 빚으면서 10일 노조의 부분파업이 시작됐다. 지난달 25일 마지막 부분파업을 한 지 16일 만이며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온 부분파업이 10일 기준 53회째다.

앞서 르노삼성 노사는 1차 집중교섭 당시 최대 쟁점이었던 기본급 인상과 관련해 일부 합의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1차 집중교섭에서 노조가 주요 사안으로 주장하지 않았던 작업 전환배치 등을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상황은 꼬이고 있다.

노조가 요구하는 작업 전환배치 합의는 그동안 협의로 이뤄진 전환배치를 노사 합의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사측은 전환배치 합의는 인사·경영권에 대한 문제로 보고 노사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르노삼성의 노사 간 갈등이 계속되자 르노그룹은 내년에 생산할 수출용 신차의 부산공장 생산 방안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닛산 ‘로그’ 위탁생산도 지난해 보다 줄어든 6만대로 조정하면서 생산물량 조절이 불가피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노조 측은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고용 안정이 더욱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업계는 고비용·저생산·저효율·저수익이라는 1고3저 현상이 보편화 되고 있어서 국내 자동차 업계 여건이 최악의 조건”이라며 “노사가 안정돼 있으면 나은데, 노동 유연성이 떨어져 파업을 계속 하는 상황이어서 이 상태로 계속 간다면 국내 자동차 산업이 공멸한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