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타인정자로 인공수정해 얻은 친자식 여부 공개변론
대법, 타인정자로 인공수정해 얻은 친자식 여부 공개변론
  • 문인호 기자
  • 승인 2019.04.0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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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만에 변경 필요성 놓고 의견수렴
다음달 22일 오후 2시 대법정서 열려
대법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대법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다른 사람의 정자로 인공수정해 태어난 자녀를 남편의 친자식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대법원이 공개변론을 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다음달 22일 오후 2시 대법정에서 송모씨가 자녀들을 상대로 낸 친생자관계부존재 확인소송 상고심 사건의 공개변론을 연다고 9일 밝혔다.

송씨는 무정자증으로 아이를 낳을 수 없자 1993년 다른 사람의 정자를 통해 인공수정으로 첫째 아이를 낳은 뒤 두 사람의 친자식으로 출생신고를 했다.

이후 1997년 둘째 아이가 태어나자 송씨는 무정자증이 치유된 것으로 착각하고 이 아이 역시 부부의 친자식으로 출생신고를 했다.

하지만 송씨는 2014년 가정불화로 아내와 이혼 소송을 하는 과정에서 둘째 아이가 혼외 관계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고, 송씨는 두 자녀를 상대로 친자식이 아니라며 소송을 냈다.

법원이 시행한 유전자 검사결과에서도 두 자녀 모두 송씨와 유전학적으로 친자관계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재판은 다른 사람의 정자로 임신·출산한 점 등이 확인돼 혈연관계가 없다고 인정된 경우에도 민법상 '친생자 추정 원칙'을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1·2심은 '부부가 동거하지 않은 등의 명백한 외관상 사정이 존재한 경우에만 친생자 추정 원칙이 깨질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무정자증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부인이 남편의 자식을 임신할 수 없는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송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송씨의 상고로 사건을 넘겨받은 대법원은 유전자 확인기술이 발달한 점을 고려, 36년 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대법 전원합의체는 이 판례가 변경될 경우 가족관계 형성과 부양·상속 등의 문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윤리적·법적·의학적 문제와 관련 제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공개변론을 열어 각계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한편 이 사건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광안의 안성용 대표 변호사는 "과학기술이 발달해 친자여부 판단이 용이하게 된 현실을 법규정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제 시대조류에 맞게 이러한 변화에 법규정이나 판례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신아일보] 안산/문인호 기자

mih258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