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오라고 한 적 없고 겨울 가라고 한 적 없어도 여지없이 봄은 우리에게 찾아 왔다. 매섭게 우리곁을 지키던 꽃샘추위도 어느덧 떠나고 따뜻한 봄이 살푼이 다가 왔다.
봄은 생명의 계절이자 시작의 계절이며 탄생의 계절이다. 무엇 하나 새롭게 태어나고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살아 있는 존재들은 봄에 새롭게 눈을 뜨고 새롭게 시작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한다.
한적한 시골마을 밭두렁의 냉이. 쑥, 이름모를 야산의 꽃, 그 어떤 것 하나라도 한 순간에 불쑥 돋을 수는 없다. 겨울이라는 긴 고난을 참고 이기며 오랜 기다림을 거쳐야 생명의 부활을 꿈꿀 수 있고 그래야 바위같이 두꺼운 얼음을 깨고 마침내 새싹을 틔울 수가 있다.
봄은 겨우내 움츠리게 하던 우리들 마음을 설레게 하고 들뜨게도 하는 계절이다. 여기저기 색색이 꽃망울을 터트린 봄꽃이 눈을 황홀하게 한다.
매화는 봄을 알리는 꽃 중에서도 가장 이르게 개화하는 꽃으로 맑은 향기와 청아한 꽃은 고결한 자세로 봄소식을 전한다. 매화는 가난해도 그 향기를 파는 일이 없다는 맑고 지조 높은 마음씨를 우리에게 심어 준다. 우리가 되새겨 봐야 할 점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매화에 가까운 것에 살구꽃과 복숭아꽃도 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라는 가사는 우리 민족이 꽃피는 궁궐 안에서 봄이라는 시간을 보내음을 말해 준다. 여기에 “오얏꽃이 뒤질새라 피어난다, 도화야 떨어지지 말아라, 어자(漁子) 알까 하노라”라는 것은 복숭아꽃으로 단장된 화려한 자연을 감당하기 어려움을 표현한 것이다.
또 개나리가 있다. 개나리는 왕성한 번식력과 땅을 가리지 않는 강한 적응력 때문에 어디에서나 군집을 이루며 아름다움을 나타낸다. 더불어 목련도 있다. “꽃다운 애정과 향기로운 생각이 얼마인지 아는가, 집을 떠난 산승이 목련꽃으로 인해 출가를 후회하더라(芳情香思知多少 惱得山僧悔出家)”라는 시는 목련꽃이 지닌 가치를 대변해 준다.
이처럼 개나리꽃, 목련꽃, 매화 꽃 등 아름다운 정취로 황홀감에 빠져 든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작금의 현실이다.
국제시장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위축되고 글로벌 통화 긴축 추세가 두드러지며 보호무역주의가 대두돼 세계경제 환경이 보다 더 불확정 요소가 많아지고 있다. 수출입에서 감소세가 보이고 공업생산이 줄어들며 일부 기업이 경영난에 빠지고 경제하행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가계대출 위축에 부동산 하락까지 겹쳐 소비심리는 꽁꽁 얼어붙고, 기업들의 투자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기가 일시적이 아니라 추세적으로 확실하게 내리막길이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한국경제의 올해 성장률을 2.1%로 낮춘 데 이어 국회 예산정책처도 올해 경제성장이 2.5%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도 악재다.
특히 글로벌 경기를 이끌고 가던 미국과 중국 경기의 하강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위기다, 옛말에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작금의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차분하게 대처한다면 봄 같은 희망이 우리에게 다가 올 것이다.
이백의 노래에 ‘梅一生寒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이란 것이 있다. ‘매화는 추워도 그 향기를 잃지 않는다’라는 것으로 희망이 없는 삶은 내일이 없는 하루살이 인생이다. 희망을 갖고, 그 희망을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목표를 세우고 앞으로 정진해 나아가야 한다. 이 봄을 나의 것으로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