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 100%’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유입 차단 ‘총력’
‘치사율 100%’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유입 차단 ‘총력’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04.09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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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베트남 등 교류 많은 아시아 국가서 335건 발생
국내도 바이러스 유전자 14건 확인…발병 가능성↑
농식품부 등 10개 부처 대정부 합동 담화문 발표
데이터 국경검역 강화·불법축산물 과태료 상향조정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가운데)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관련한 정부 합동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농식품부)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가운데)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관련한 정부 합동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농식품부)

지난해 여름 중국을 시작으로 발병한 ‘치사율 100%’의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 바이러스가 진정될 기미 없이 몽골·베트남·캄보디아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이들 국가와 교류가 활발한 우리나라도 ASF 발병 잠재 위험이 큰 상황.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한 정부 관계부처들은 9일 합동 담화문을 발표하고 발병국 운항노선을 중심으로 데이터 기반의 국경검역을 강화하는 한편 양돈농가에 전담공무원을 지정·관리하는 등의 국내 방역으로 ASF 유입을 차단할 방침이다.

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등 10개 부처 장관들은 ASF 바이러스 관련 대정부 합동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이개호 장관은 “지난해부터 이달 9일까지 아시아 지역 ASF 바이러스 발병건수는 중국 112건·몽골 11건·베트남 211건·캄보디아 1건 등 총 335건이 발생했다”며 “우리는 아직 미발생국이지만 발병국과 우리나라 간의 인적·물적 교류가 많고 발병국을 다녀온 여행객이 가져온 돼지고기 축산물에서 ASF 바이러스 유전자가 여러 건 검출된 만큼 언제라도 ASF가 국내로 유입될 위험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내서 ASF 유전자가 확인된 돼지고기 축산물은 열처리된 가공품으로 바이러스 전염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8월 인천공항을 통해 들여온 휴대 축산물에서 처음으로 ASF 유전자가 확인된 이후 이달 초 중국 산동성에서 평택항으로 입국한 여행객이 휴대한 소시지에서 발견되는 것까지 포함해 총 14건이 검출됐지만, 발견된 ASF 유전자는 모두 음성 판정 났다. 다만, 우리나라도 더 이상 ASF 바이러스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1921년 아프리카 케냐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에게만 발병하는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감염되면 고열과 식욕부진, 출혈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는 바이러스 종류·노출경로에 따라 이르면 4~5일 안에 증상이 보이고, 증상 발견 뒤 1~2일 사이에 폐사에 이른다는 것이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연구한 국내외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감염 후 열이 41도 이상 올라가면 생존일이 하루를 넘기지 못한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구제역 백신처럼 상용화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ASF는 주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나 생산물의 이동, 오염된 남은 음식물의 급여 등을 통해 전파된다.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여느 때보다 ASF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ASF 바이러스가 국내로 전파되면 300만 두 이상의 돼지를 살처분한 2010~2011년의 구제역 대란 이상의 한돈산업 붕괴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정부는 ASF 바이러스 유입 차단을 위해 국경검역과 국내방역을 대폭 강화한다.

우선 정부는 데이터 기반의 국경검역 체계를 구축해 사전예방에 나선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농림축산검역본부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협업을 통해 국내 제1의 관문이자 전체 출입국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인천국제공항을 대상으로 수년간의 여행기 입항정보와 검역단속 현황, 탐지견 운영현황 등을 분석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휴대물품 밀반입 가능성이 높은 항공기 선별과 불법 휴대물품 반입 위험도를 예측하고 있다.

아울러 발병국 여객기에 대한 휴대품 일제검사 강화와 검역탐지견 투입 확대는 물론 이달 중에 제주공항에 개인 휴대품 검색 전용 엑스레이(X-ray) 모니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또 수입금지 국가에서 생산·가공된 축산물의 인터넷상 불법 유통·판매 단속과 관련 사이트를 차단하고, 오는 6월 말까지 전국의 공항과 항만에서 불법축산물 적발 과태료를 최대 500만원까지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국내 방역의 경우 전국의 6300여 양돈농가를 대상으로 각 지자체별 전담공무원을 지정해 집중 관리하고, 남은 음식물의 돼지 급여가 ASF 전파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남은 음식물의 열처리 점검을 더욱 강화한다.

특히 음식물폐기물 운반차량의 GPS 부착과 함께 남은 음식물을 직접 돼지에 먹이는 양돈농가는 향후 사료화시설에서 처리된 것만 공급받는 방안을 검토해 추진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국경 간의 ASF 전파를 막기 위해 야생멧돼지의 관리를 강화하고, ASF 발생상황에 지자체와 관계기관이 신속하게 대응하는 역량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대비하기 위해 긴급행동지침(SOP)을 활용한 가상훈련을 오는 11일 실시한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