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보험료 출생 전후 구분…현장 우려 목소리도
어린이 보험료 출생 전후 구분…현장 우려 목소리도
  • 권가림 기자
  • 승인 2019.04.0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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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사진=연합)

이달부터 어린이보험 보험료를 출산 전후로 나눠 산출해 받도록 정책이 바뀐 가운데 현장에선 각종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태아 특약이 포함된 어린이보험에 대한 특징을 축소해 가입을 권유하는 마케팅이 활개를 치는 것은 물론 보험료가 5000원 미만인 태아담보특약 판매를 설계사들이 꺼릴 것이란 목소리다. 

보험사들은 이달부터 어린이보험 가입을 출생 전후로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보험은 태아가 ‘중대한 선천성 질병’에 걸려 조산하거나 미숙아로 태어났을 때 입원비, 치료비 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특약을 추가한 상품으로 ‘태아보험’으로도 불린다. 

그간 출생 전과 후 구분 없이 태아 때부터 보험료가 일괄 책정됐다면 앞으로는 태아기 발생하는 위험 보장만 모아 보험료를 납입할 수 있다. 

이번 어린이보험 개정은 지속적으로 제기된 민원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어린이보험 소비자 중 만기 전 중도해지한 가입자들이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민원이 많았다”며 “태아에 해당하는 보험료만 납입하고 싶다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고려한 조치”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태아보험’이란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사는 없다. 태아 특약이 포함된 자녀보험 혹은 어린이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식이다. 문제는 이러한 특징을 축소해 태아보험이라는 이름만으로 가입을 제안하는 편법 마케팅이 활개를 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0년 이상 보험설계사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노산이 많아지면서 아이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돈을 쓸 준비가 돼 있는 부모가 늘고 있다. 이 때문에 태아보험의 보장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중대한 선천성 질병’에 어느 병이 해당되는지 등을 생략하는 경우가 다른 보험상품에 비해 많은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새로운 태아 특약은 월 보험료 5000원 미만의 저렴한 상품으로 설계사들이 판매를 기피할 것이란 시선도 있다.

설계사는 보험료가 비쌀수록 높은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태아가 출생아보다 위험률이 높은 담보에 대해서만 보험료를 받을 수 있다. 출산 이후에는 기존 자녀보험 등과 동일하게 보험료를 받는다. 결국 자녀보험과 태아담보특약을 따로 판매해야 하는 상황이다. 

17년차 보험설계사 B씨는 “현장은 출생 후 보험료로 설계하자는 분위기다. 어린이보험이 가뜩이나 성적이 없어 저렴한 태아담보특약 판매에 집중하지 않을 것”이라며 “또 출생 전 보험료로 설계를 하면 출생 후에 오르는 보험료가 성적 반영이 안 돼 대부분 출생 후 보험료로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kgl@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