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23일 행정부의 고위 공직자를 임명할 때 국회의 검증절차를 거치게 함으로써 행정부를 견제하는 제도적 장치로서 국회가 인사청문회법을 제정했다.
고위 공직에 지명된 사람이 공직을 수행해 나가는 데 적합한 업무능력과 인성적 자질을 갖췄는지를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증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업무능력과 자질 외에 항상 지적되는 부분이 바로 부동산 투기다.
이를 둘러싼 논쟁은 오래 전부터 계속돼 왔다. 일단 청문회 대상이 된 사람이 고가주택에 거주하거나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면 이유를 막론하고 ‘부동산 투기’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진다.
공직자들을 향한 너무나도 높은 도덕적인 잣대와 비이성적 부러움이 대중의 판단력을 흐트러뜨리는 게 아닌지 반문해볼 일이다.
과연 다주택자가 부동산시장을 망치는가? 아니면 주택시장을 교란하는가? 그렇지 않다.
누구에게나 주거공간은 필요하다. 무주택자에게 주거공간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
주택을 임대하는 자가 있어야 거주 공간을 무주택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상인이 장사를 하려면 장사할 공간이 필요한 것이고, 기업이 회사를 운영하려 해도 사무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즉 임대업은 사회악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필요에 의해 생겨난 것임에 분명하다.
한 사람이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게 되면 반사적으로 무주택자는 주택을 구입할 수 기회가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는 너무나도 1차원적인 발상이다.
주택시장에는 새로운 공급이 이뤄져야 하는데 주택 공급자는 사업성이 좋아야 주택을 공급한다. 각종 규제로 사업성이 희미해지면 공급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즉, 서울의 주택공급 부족은 규제로 인한 공급부족인거지 다주택자가 주택을 사들여서가 아니란 말이다.
정부가 투기억제와 서민주거안정이라는 사명감에 주택정비사업을 규제해 주택공급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지 다주택자가 무주택자의 주택을 빼앗은 게 아니다.
한국의 주택임대업은 아직 외국에 비해 발전 속도가 더디다. 점점 가격부분에 규제를 가하다 보니 주택의 질은 개선되기 힘들다.
정부도 역시 다주택자다. 하지만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지 못하는 집주인이다. 돈이 없으면 도시에 살지 말고 국가에서 배급하는 주택에서 살라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세입자는 주택에 비용을 지불하기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아울러 좀 더 선진화된 주택시장으로 가야한다. 이를 위해선 다주택자들이 떳떳하게 임대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그 안에서 공정 경쟁을 펼치도록 유도해야 한다. 공급이 늘어나야 경쟁을 통해 가격이 낮아지고 주택품질도 개선이 될 수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현재 국가가 국민의 노후대비를 설계해주지 못하고 있고 공공임대주택도 상당히 부족하기에 민간부분의 도움이 필요하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함과 동시에 은퇴 시기는 빨라졌다.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점점 커져가는 상황에서 연금소득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대단히 낮은 상황이다.
이런 짐을 짊어지고 가기에는 청년들에게 주어진 기회가 너무나도 부족한 시점이다. 이 상황에서 근로소득이 없는 중장년층들은 자본소득을 높이려 임대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청년들에게는 안정적인 주거환경이 절실하고, 은퇴자에게는 노후대비를 위한 수익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다주택자들에게 건전한 임대시장을 열어주고 세수확보를 통해 그 재원을 청년층의 주거 지원에 활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인위적으로 정부가 주택시장을 통제하고 다주택자를 적폐로 규정하는 현 정책 기조가 유지되는 한 세대간 갈등이 커질 것이 불 보듯 뻔하고, 주택의 질 개선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
1~2인 가구는 계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이들은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관심도가 굉장히 높다. 많은 이들이 직장과 가까운 곳에 주택 공급이 이뤄지길 희망하지만,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은 이런 갈증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애시당초 정부만 감당하기에는 벅찬 과제였을 터다. 그렇기에 민간이 함께 가야 한다. 여기에는 다주택자들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