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나이 '동성애 투석사형'…국제사회 "당장 폐기해야"
부르나이 '동성애 투석사형'…국제사회 "당장 폐기해야"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4.07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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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6일 영국 런던의 도체스터 호텔 앞에서 인권활동가들이 이 호텔을 소유한 브루나이 왕가의 샤리아 형법 시행에 항의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2019년 4월 6일 영국 런던의 도체스터 호텔 앞에서 인권활동가들이 이 호텔을 소유한 브루나이 왕가의 샤리아 형법 시행에 항의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브루나이의 새 형법을 향한 국제사회의 비난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7일 외신 등에 따르면 브루나이는 지난 3일 절도범의 손목을 자르고 동성애자나 간통죄를 저지른 이는 돌을 던져 죽이는 투석 사형에 처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샤리아 형법을 시행했다.

이 법은 미성년자나 외국인 여행자도 예외로 두지 않고 적용된다.

법이 시장되자 브루나이의 성 소수자 사회는 크게 동요하고 있다. 이미 브루나이를 빠져나간 일부 성 소수자들은 캐나다 등에서 망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도 이 형법을 야만적이라고 강하게 비난하며 당장 폐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 영국의 팝스타 엘튼 존 등을 비롯한 저명인사들은 브루나이 왕가 소유 호텔에 대한 불매운동을 주도 하고 있다.

실제 프랑스 파리에 있는 한 고급 호텔은 소유주가 브루나이 국왕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객들의 보이콧 사태에 직면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가혹한 새 형법 조항의 시행을 즉각 중단하라"고 브루나이에 촉구했다.

또 미국 국무부와 프랑스 외무부도 새 법 폐기와 형 집행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독일은 주독일 브루나이대사를 불러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6일 영국 런던에서는 브루나이 왕가 소유의 고급 호텔 앞에서 수백명의 시위대가 브루나이와의 외교 관계 단절 등을 주장하며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동남아 주변국 대다수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주아세안 말레이시아 대표부의 샤리파 노르하나 무스타파 대사는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브루나이의 샤리아(이슬람 관습법) 형법 시행은 내정에 해당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은 불간섭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면서 "사실 샤리아는 여러 조건상 (오용되기가) 쉽지 않다. 서방은 (우리) 전통 등을 몰라서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카스말라티 카심 주아세안 브루나이 대사는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이 이슬람 지도자로서 샤리아의 전면 적용이란 의무를 다한 것일 뿐"이라면서 "우리가 그들을 존중하듯 그들도 우리를 존중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브루나이 정부는 국제사회의 기류에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은 지난 3일 연설에서 "우리나라에서 이슬람의 가르침이 더욱 강화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브루나이는 2015년 무슬림이 성탄절을 기념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등 이슬람 원리주의를 강화하는 추세를 보이는 국가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