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양승조 지사께 “진부함은 적이다”
[기자수첩] 양승조 지사께 “진부함은 적이다”
  • 김기룡 기자
  • 승인 2019.04.0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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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陳腐)하다’는 사상과 표현 그리고 행동 따위가 낡아 빠져서 새롭지 못할 때 쓰는 표현이다.

다시 말해 기존에 있던 질서와 가치를 아무런 질문이나 비판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낡고 케케묵으면(陳腐) 현대사회에서는 성공에 이룰 수 없다.

따라서 ‘진부함은 성공의 적(敵)이다’. 바로 양승조 충남도지사에게 전해 주고 싶은 말이다.

민선7기 출범 1년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양승조 지사는 그동안 저출산 고령화와 복지를 위해 애썼다. 실제로 삶에 필요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성실한 걸음을 보였다.

하지만, 도민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욕망에 사로잡히게 하지는 못했다. 새로움은 없었고 가치의 소비는 이뤄지지 않았다.

문제는 메시지의 부재다. 시대를 읽고 새로움을 추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인간은 현재 세계의 한계를 벗어나 더 탁월한 세계로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더 탁월한 세계는 기존에 주어진 것들을 그대로 답습하고 보전하는 수준에서는 도달할 수 없다. 진부한 언어를 파괴하고 새로운 배치로 재구축하는 용기와 과감함이 요구된다.

물론 기존의 것들을 폄훼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삶의 위기를 풀기에 그동안의 방법들은 효력을 다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저출산고령화부터 복지에 이르기까지, 민선7기는 전제부터 개념까지 모든 것을 뒤집고 새로운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 시대의 문제를 정확히 분석하고 또 다른 가능 세계를 구축하는 힘이 필요하다.

기존의 틀 속에서 주어진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틀 자체를 새롭게 구축할 전략적 수준의 시선이 요구된다.

저출산고령화의 핵심에는 가부장제의 몰락이 있음을 받아들이고 남성의 문제를 진지하기 고민하는 시선도 돌아봐야 한다.

20세기 문명의 기초인 가부장에 대한 고찰과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언어 없이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해소할 수 없다. 더 나아가 저출산고령화를 사회적 문제로 치부하는 관점도 해체해 살펴봐야 한다.

저출산고령화와 노동집약적 경제성장 체제, 국가주의적 가부장체제는 한몸이다. 다른 것에 대한 접근 없이 육아와 여성에 대한 지원만 이야기한다면 필패의 길이다. 경제와 국가운영 모델을 함께 대안으로 제시할 메시지와 언어가 절실하다.

복지 또한 인권과 양면의 동전이다. 인권은 평등이고 복지는 형평에 가깝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최소한의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이것이 인권으로 국민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된다. 복지는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뒤쳐진 이웃에게 형평에 따라 힘을 보태주는 행위다.

인권은 앞에서 끌고 복지는 뒤에서 챙긴다. 이러한 의미에서 '인복'(인권과 복지)이 있는 충남이기를 기대한다.

특히 양승조 지사가 더욱더 가치 있는 이미지를 가졌으면 한다. 양 지사가 가진 가치의 역량만큼 충남도민이 꿈꾸고 상상하는 세계가 커지기 때문이다.

조금 더 과감하고 용감해지길 바란다. 불가능한 상상을 하고 새로운 언어로 무장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진부함은 적이다'라는 구호다. 누구나 할 수 있고 예전부터 해 온 안전하고 익숙한 말에서 한 발 벗어나 보자.

현실의 울타리를 넘어 새로운 세계로 나가는 것은 도민의 리더인 도지사의 의무다. 선비의 후예로써, 21세기 새로운 선비정신의 발굴과 아직 이루지 못한 지식자치 시대의 담론 제시도 양 지사가 마주해야 할 도전이라 하겠다. 도민의 대표로써 사람들이 욕망하는 정치인이 되길 기원한다.

press@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