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이 국내에 속속 스며들고 있다. 최근 사례들을 보면 우리나라가 ‘마약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다.
지난 1일 SK그룹 창업주 손자가 마약 구매 혐의로 체포됐다. 지난해 3월부터 마약공급책을 통해 고농축 대마 액상 등을 최소 5차례나 구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 정 모씨도 마약을 구매한 정황을 포착해 불구속 입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남양유업 창업주 손녀의 과거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해 ‘봐주기 수사’ 논란도 불거졌다.
마약에 손 대는 재벌가 3세들은 대부분 해외 유학파들로 현지에서 마약류를 접할 기회가 많고 조기 유학을 떠나면서 부모와 가정으로부터 도덕적 관념과 규범을 배울 기회가 없었던 측면도 있지만 분배와 사회 안정을 위해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할 이들의 일탈 행위는 질타와 비난 받기에 충분하다.
재벌가를 비롯 특권층 등이 마약에 손을 대다 적발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강남 클럽 ‘버닝썬’에서는 마약류인 ‘물뽕(GHB)’을 이용해 여성을 성폭행한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눈살를 찌푸리게 했다.
최근 들어 클럽들의 마약유통 의혹이 속속 불거졌지만 국내 마약 시장에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마약 범죄가 특정 계층에 집중된 현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학교수 등 전문직부터 일반인들까지 나이와 직업을 망라 다양해지고 폭넓게 번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검찰청 ‘2017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마약류 사범은 10만명 당 19.4명으로 UN의 마약청정국가 기준(10만명 당 20명)을 밑돌았으나 2017년에는 27.5명으로 급증, 마약청정국가의 지위를 잃었다고 하니 우리 사회에 번지고 있는 불법 마약류 유통 실태는 가히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밀수입량도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지난해 관세청이 적발한 마약류는 426㎏로 전년보다 6배 가량이나 급증했다고 한다.
최근 들어 마약범죄는 갈수록 수법이 다양하고 교묘해지고 있다. 불법 마약류 유통을 막기 위해서는 검찰·경찰·식품의약품안전처는 물론 정부 부처 간 정보를 공유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불법 사용이 의심되는 마약류취급자에 대해 상시 관리하고, 특히 이번 재벌가 손자들의 경우와 같이 인터넷·SNS 등을 통해 은밀히 거래되는 마약류 등에 대해 철저한 관리 단속에 나서야 한다. 더불어 단속과 처벌 강화와 함께 인식 개선 교육을 비롯해 중독자들의 재활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얼마전에 상영돼 주목 받았던 밀수꾼이 전설의 마약왕이 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마약왕'이 우리들의 일상과 전혀 접점이 없었던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이 상태로 가다가는 대한민국 '마약왕'의 계보는 계속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약에 중독되면 정신적 환시·환청을 비롯 혈압상승, 심장마비 등으로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등 폐해가 심각해 뿌리 뽑아야할 사회적 악이다.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마약 퇴치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