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안군, 곳간 털리는 걸 막으려면
[기자수첩] 부안군, 곳간 털리는 걸 막으려면
  • 김선용 기자
  • 승인 2019.04.03 14: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북 부안군의 올해 예산은 6016억원인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고작 6.46%에 불과하다.

이것으론 부안군 공무원 1000여명(공무직 포함)에게 한해 인건비도 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적으로 국가의존에 지자체가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 지난 2017년 3월께 김종규 전 군수는 노인들의 여가활용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무려 14억원짜리 게이트볼장을 추진해 현재 부안읍 서외리 인근에서 공사가 진행중이다.

당시 부안군은 기존의 게이트볼장이 행안면 부안공설운동장에 존재한다는 입장을 들어 난색을 표명했지만 어떠한 이유로 김 전 군수는 부안군의회를 설득해 예산을 통과시켰다. 그것도 1평의 땅값이 100만원(8억8000만)에 달하는 거액을 들여 노인들이 즐겨하는 게이트볼장을 안겨주었다.

누가 보아도 '선심성 행정'이고 다음 선거를 치르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게이트볼장은 남여노소를 불문하고 모두가 쉽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특별하게 경기장 시설이 필요치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야외 등에서 경기를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부안읍 주위에는 조용하고 아늑한 게이트볼장 자리가 산재해 있다. 땅값도 저렴한 곳이 많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한 곳에 게이트볼장을 신축하면 예산도 줄이고 소음, 공해에서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안성맞춤이다.

군민들에게 꼭 필요한 사업이라면 행정은 의회 등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번 문제가 된 게이트볼장 건립은 당시 군수나 담당부서 공무원들이 군민들과 소통부족에서 빚어진 잘못이다.

잘못된 행정은 결국 예산낭비로 이어져 군민들의 혈세가 축나고, 부안군 곳간이 털리는 문제로 이어진다.

3일 기자는 게이트볼장 건립과 관련해 김종규 전 군수의 입장을 들었다.

김 전 군수는 "자세한 것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합당한 것으로 판단되어 의회 등의 승인을 얻어내 결재가 이뤄졌을 것이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 놓았다.

공무원들의 자세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당시 게이트볼장 토지매입을 담당했던 K공무원은 "게이트볼 회원들이 도로의 접근성 등을 가지고 자리를 고집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게이트볼장 부지에 대한 적합 문제는 내가 말할 수 없는 사안이 아니다"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진정한 공무원이라면 구 평당 가격이 100만원 하는 부지에 대해 잘못된 점을 지적했어야 했다. 누군가의 잘못된 판단(?)으로 군민들의 피 같은 혈세가 사라지는 현실에 비통한 심정이다.

ksy2691@hanmail.net